[심일보 대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이  6일 구속된 후 두 번째 검찰 조사를 받는다. 이날로 박 전 대통령은 구속 일주일째를 맞았다.

지난 4일 박근혜는  검찰이 “대통령 지시대로 했다”는 안종범 전 수석의 진술을 들이밀고 대통령 지시사항이 적힌 안 전 수석 업무수첩을 보여줬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아마도 오늘 역시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일관된 주장을 펼 것이 예상된다.

대체 왜 이렇게 '모르쇠'로 일관할까

지난 1월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자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관련, ‘영국 처벌은 안된다’는 입장을 피력하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영국이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챙기는 체리피킹(Cherry Picking)을 막겠다’고 응수했다.

'체리피킹'은 합리적 소비패턴을 고수하는 까다로운 소비자 행태을 말하기도 하지만 어떤 대상에서 좋은 것만 고르는 행위를 통칭한다. 과수원에서 과수업자들이 잘 익고 빛깔 좋은 과일만 채집해서 유통시킨다는 것에서 유래됐다. 시장에 나온 과일은 과수원의 일부 표본일 뿐인데 이를 전체 표본으로 잘못된 환상을 가질 위험이 있다는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인용되고 있다.

논리학에서는 자기에게 불리한 사례나 자료를 숨기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나 자료만 선택적으로 제시하는 걸 가리킨다. '불완전 증거의 오류(the fallacy of incomplete evidence)'라고도 한다. 심리학에선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편향적 태도나 경향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박근햬의 지금의 정신상태는 어떨까

임기 동안 박 전 대통령을 향한 일반적인 비판은 “공감 능력 부족”이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눈물을 보이지 않았고, 자식 잃은 유가족에게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해 10월29일 국회 본청 앞에선 인상적인 장면이 벌어진다. 세월호 유가족이 “대통령님 여기 좀 봐주세요”라고 울부짖는데도 박 전 대통령은 눈길도 주지 않고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본청으로 들어갔다.

한마디로 자신과 상황을 분리시키는 해리(解離) 수준이란 것이 의학자들의 의견이다.

박 전 대통령은 실제 일어난 사실을 자신의 자존심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왜곡해 받아들인다는 해석이다. 그는 지난 1월 정규재 한국경제 주필과 인터뷰에서 “그동안 (최순실 게이트) 진행 과정을 추적해보면 뭔가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실제 감정과 표정을 분리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이종섭 안산연세병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박 전 대통령은 육영수 여사 서거 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오래 해왔는데, 그 자리는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선 안 되는 자리였다. 박 전 대통령 역시 정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매우 서툴러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 원장은 이어 “이를 정신과학에서는 자기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포커페이스가 일상화돼 있다는 점에서 ‘의전형 인간’ 또는 ‘세리모니형 인간’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박근혜가 지난달 12일 청와대를 나와 삼성동 집에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보인 미소도 같은 맥락에서 평가해야한다는 것이다.

종합해 보면 박근혜는 탄핵 심판이 선고될 때까지도 탄핵되리라는 걸 가정조차 안하고 있었다. 이틀이나 더 머문 뒤에야 청와대를 떠났다. 삼성동 자택에 이르러서도 ‘진실은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일갈했다. 검찰조사에서도 법원 영장실질심사에도 이미 드러난 증거와 여러 정황에도 불구하고 모르쇠와 부정으로 일관했다.

지금도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며 병백한 사싱 앞에서도 일관(편향)되게 아니라고 주장하는 박근혜. 그는 지도자의 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거꾸로 얼마나 위험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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