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안철수, '무슨 생각?'
[김민호 기자]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5년만에 다시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맞수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급부상하면서 지난 5년 동안 이어져온 두 사람의 갈등의 역사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정치 늦깎이'에 같은 야당 성향이기도 했던 두 사람의 관계는 악연의 연속이었다.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역사는 지난 대선이 있었던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각각 민주통합당과 무소속이던 이들은 정권 교체를 목표로 후보 단일화에 나섰지만 순탄치는 않았다.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풍(安風)'의 주인공으로 만난 두 사람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맞설 야권 후보단일화 협상에 나섰지만, 경선 방식을 놓고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안 후보가 돌연 사퇴 선언을 해 어렵사리 단일화가 성사됐지만, 그 때 쌓인 앙금은 내내 풀리지 않았다.

문 후보 는 최근 출간한 대담집에서 '안 후보가 당시 미국으로 떠나지 않았으면 어땠겠느냐'는 물음에 "많은 아쉬움들이 있지만 알 수는 없다"면서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말을 들은 안 후보는 "양보뿐 아니라 도와줬는데 고맙다는 말은커녕 인간으로서 도리가 아니다"라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안 후보는 그해 11월23일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단일화 방식을 두고 문 후보와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정권 교체를 위해 백의종군을 선언하겠다”고 전격 사퇴했다.

그러나 안 후보의 지원 선언은 13일 뒤에야 이뤄졌다. 문 후보가 공개석상에서 “단일화 과정에서의 입장 차이 때문에 생긴 상심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면서 ‘새정치 공동 선언’ 실천 의지를 강조함에 따라 안 후보에게 힘을 보탤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도 집권에 실패했다. 야권 단일화가 기대에 못 미친 탓이라는 분석이 나와 화살이 안 후보에게 돌아가기도 했다. 안 후보는 최근 ‘지난 대선 당시 문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아 문 후보가 진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관해 “그런 말을 하는 건 짐승만도 못한 것”이라면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안 후보는 2013년 4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1년 가까이 독자 창당을 준비했다. 그해 11월엔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 출범을 밝혔다. 그러던 중 2014년 3월 당시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통합 및 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새롭게 꾸린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형식적으로는 창당이지만 내용적으로 민주당과의 합당이었다. 안 후보는 6·4 지방선거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로 책임론에 휩싸인 데 이어 7·30 재보궐선거의 야당 참패로 김한길 공동대표와 함께 사퇴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이후 친노(親노무현) 진영 등 옛 주류 측의 각 세우기 속에서 4개월 만에 초라하게 퇴장한 것이다. 문 후보의 경우 당 재건 과정에서 친노(親노무현) 진영 등 옛 주류 측의 주도권과 맞물려 운신의 폭이 넓어지게 됐다.

 
2012년 대선 당시 남은 앙금이 맞대결로

안 후보는 2015년 9월부터 문재인 당대표를 상대로 당 혁신 논쟁을 벌이다 결국 “이대로 가면 총선은 물론 정권 교체의 희망은 없다”며 12월 탈당했다.

문 후보는 안 후보가 탈당 기자회견을 한 12월13일 오전까지 통화를 갖고 막판 협상을 시도했으나 둘은 끝까지 평행선을 달렸다. 당시 “만나서 얘기하자”는 문 후보에 안 후보는 “혁신전당대회를 여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문 후보가 당일 자정을 넘겨 예고 없이 안 후보의 노원구 자택을 방문해 현관문 앞에서 50여분간 기다렸으나 제대로 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2012년 12월5일 대선 당시 단일화 이후 지원 호소를 위해 문 후보가 안 후보의 용산구 자택을 찾았다가 안 후보가 부재중이어서 엇갈린 장면과 겹친 셈이다.

안 후보 탈당 이후 ‘문재인 대표’ 체제의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꾸며 2016년 4·13 총선 준비에 들어갔다. 문 후보는 ‘안철수 신당’인 국민의당을 둘러싼 바람으로 총선을 앞두고 위기에 처했다.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의원들의 합류로 총선으로부터 약 한 달 전인 3월16일 현역 의원 20명 이상을 확보, 원내 교섭단체로 위상을 키웠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내 탈당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표직을 사퇴하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전환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인재 영입도 힘을 발휘했다. 문 후보는 그해 1월27일 밝힌 퇴임사에서 “대표를 하는 동안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호남 의원들의 탈당과 분열이었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김 위원장을 영입한 문 후보와 안 후보는 4·13 총선에서 다시 맞붙었고, 각각 123석, 38석을 얻어 위상을 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원내 제1당이 됐고, 국민의당은 ‘녹색 돌풍’을 일으키며 양당 구도를 깨뜨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문 후보로선 반문(反文) 정서로 호남 상당수 지역을 국민의당에 내줬다는 지적을 피해가지 못했다.

그렇게 정치적 결별을 한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통해 유력 대권주자로 다시 만났다. 당 대표로서 리더십 논란에 휩싸였던 문 후보는 지난해 총선에서의 선전과 '최순실 게이트' 이후 촛불 민심의 지지를 등에 업고 대세론을 누려왔고, 잇단 양보로 '철수 정치'라는 비판을 받았던 안 후보 역시 지난해 국민의당의 총선 약진을 이끌며 문 후보의 대세론을 허물 유력한 후보로 부상했다.

5년의 절치부심 끝에 '외나무다리'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의 2차 대선 전쟁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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