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1캡쳐
[김민호 기자]"세기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박영수 특검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법정에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차 공판에 피고인 신분. 이 부회장은 수의 대신 흰색 와이셔츠에 회색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나왔다.

이 부회장은 다소 수척해진 얼굴로 수용자 대기실을 나와 법정 내 피고인석까지 걸어갔다. 형사 재판이 생소한 만큼 굳은 표정으로 방청석과 법정을 둘러보기도 했다.

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됐지만 불구속 상태로 회부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는 미리 피고인석에 앉아서 이 부회장을 맞았다.

이 부회장은 재판부가 직업을 묻자 "삼성전자 부회장입니다"라고 또렷이 말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뇌물 제공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직접 등판한 박영수 특검 vs 최강 변호인단 구성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측은 '창'과 '방패'를 총동원했다.

"세기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박영수 특검팀은 직접 재판에 출동했다. 특검이 기소한 사건 가운데 처음이다.

특검 측에서는 또 삼성 수사를 담당했던 양재식 특별검사보(52·21기)를 포함해 윤석열 수사팀장(57·23기), 박주성(39·32기)·조상원(45·32기)·김영철(44·33기)·문지석(40·36기) 검사 등 파견검사 5명이 나왔다.

박 특검은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이 부회장 사건에 대해 "세기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본격적인 공소유지를 위해 무려 7명이 나온 것이다.

삼성 수사를 지휘한 양 특검보는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입 수사에 참여했다. 당시 그는 대검 중수부장이던 박영수 특검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법무법인 강남에 함께 몸담고 있는 양 특검보는 박 특검의 최측근이다.

윤 팀장은 검찰의 대표적 '특수통'으로 꼽힌다. 그는 박 특검이 과거 대검 중수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중수부 연구관으로 인연을 맺었고, 대검 중앙수사부 중수 1·2 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을 거쳤다.

2013년에는 국가정보원 대선·정치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가 검찰 지휘부와 갈등 속에 좌천성 인사조치를 당해 한직으로 밀려났지만 이번 특검 수사로 화려하게 재기했다.

삼성 측에서는 총수의 구속을 막는데는 실패했지만 재판에서 적극적으로 방어해 무죄를 받아내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법무팀에서도 막후에서 변호인단을 적극 지원하며 총력 방어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삼성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문강배(57·16기)·송우철(55·16기)·권순익(51·21기)·윤태호(53·24기)·김준모(44·30기)·이경환(39·35기)·오명은(38·38기) 변호사 등 7명, 이용훈 전 대법원장 비서실장 출신인 김종훈 변호사(60·13기) 등 총 8명이 나왔다.

문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과 서울동부지법, 서울고등법원에서 판사를 지낸 뒤 지난 2000년부터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일해왔다. 특히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BBK 사건 특검팀에서 특검보를 맡은 경력도 있다.

송 변호사는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 수석재판연구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겸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지내는 등 법원에서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 법원 나서는 박영수 특별검사-윤석열 수사팀장
뇌물 증거 충분히 확보" vs "추측·비약 가득"  
 
이날 포문은 박영수 특별검사가 열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고질적이고 전형적인 정경유착"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특검은 "이번 사건은 최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딸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 등 경제적 지원을 이 부회장에게 요청할 것을 부탁했고,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뇌물을 요구했으며, 이 부회장은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공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및 삼성에 대한 지배권 강화를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며 "앞으로 재판 증거조사 통해 상세히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소사실 설명에 나선 특검 측은 이 부회장이 금품을 준 사실이 명백히 인정된다는 게 이번 사건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특검 측 박주성 검사는 "대부분의 뇌물 사건은 준 쪽과 받은 쪽이 뇌물을 준 게 맞느냐 아니냐를 다툰다"며 "하지만 이번 사건은 금품 제공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있고 이 부회장 등도 이를 시인한다"고 강조했다.

박 검사는 "이 부회장이 이런 거액을 최씨 측에 제공한 이유는 원활한 승계작업 등 이 부회장의 현안을 해결하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도움을 줄 수 있어서"라며 "이에 대한 부정 청탁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 측은 이런 공소 요지와 쟁점, 의의를 설명하는 데 1시간가량을 보냈다. 다른 재판에서 짧게는 5분, 길어도 30여분을 넘지 않았던 것과 비교된다. 그만큼 이번 재판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뒤이어 삼성 측도 1시간가량 반대 주장을 밝히며 반박했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지원 사실은 인정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대가성이 없는 지원이라고 주장했다. 특검이 지적한 사업구조 개편 등 삼성의 여러 사업 활동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특검 측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3차례 독대에서 대가 관계를 합의했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이 부회장은 특검의 이런 주장을 부정하고 대통령도 아직 인정하지 않았으며 이를 들은 다른 사람이나 녹취서도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결국 이는 어떤 증거로 확인된 바가 없으며 특검의 공소장은 추측과 논리적 비약이 가득하다"며 "이렇게 이 부회장의 생각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건 증거가 부족하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검은 삼성이 최씨의 존재를 미리 알고 경영권 승계를 위해 뇌물을 줬을 것이라는 예단 갖고 수사해서 그렇다"며 "이런 대가관계 합의나 부정한 청탁은 전혀 없었으며 증거 조사를 거치며 명백히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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