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김영애
[김승혜 기자] 배우 김영애(66세)가 췌장암 투병 끝에 사망했다.

9일 김영애의 소속사 스타빌리지엔터테인먼트 측은 "연기자 김영애 씨가 2017년 4월 9일 오전 10시 58분에 별세하였습니다. 고인은 2012년 췌장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였으나, 2016년 겨울에 건강이 악화되어 연세 세브란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와 중오늘 사랑하는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과 이별을 고하였습니다"라고 전했다.

배우 김영애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연기에 자신을 바친 명배우였다. 그는 죽기전까지 4개월간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드라마를 촬영했던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 했다.

김영애는 지난해 8월부터 올 2월까지 방송된 KBS 2TV 50부작 주말극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마지막 연기 투혼을 불태웠는데, 마지막 4개월을 입원한 상태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지난해 10월 말 급작스럽게 병세가 악화해 병원에 입원한 그는 이후 넉달간 병원에서 외출증을 끊어가며 매주 목요일 이 드라마의 촬영 현장을 오갔다. 주치의가 더이상 촬영을 하는 게 무리라고 했음에도, 그는 50부 출연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불굴의 정신력을 발휘했다.

고인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주인공 가족의 엄마 최곡지 역을 맡았다. 살이 많이 빠진 모습이라 많은 시청자가 놀라긴 했지만 그는 특유의 강단있는 모습으로 깐깐하고 고집이 센 양복점의 안주인을 살갑게 연기했다.

 극심한 통증에도 불구하고 고인은 진통제로 버티며 마지막 에너지를 촬영현장에서 쏟아냈다. 오로지 드라마에 누가 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버텼다.

그러나 그는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 인기에 힘입어 4회 연장하는 데는 결국 참여하지 못했다. 제작진은 그를 배려해 최곡지가 남편과 함께 시골로 요양을 간 것으로 그렸다.

드라마의 마지막회에 그가 등장하지 않으면서 그의 건강이 악화한 것이 아니냐는 궁금증이 일었다. 그러나 당시 KBS와 소속사는 "50부까지만 출연 계약을 한 것이었다"며 고인의 건강상태에 대해 함구했다. 고인의 뜻 때문이었다.

김영애는 생전 "배우로서 건강한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라며 "투병 상황에 대해 외부에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47년 연기 인생 동안 100편이 넘는 드라마, 70편에 가까운 영화에 출연했다. 이 작품수는 그가 얼마나 성실히 열정적을 연기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의 유작이 된 ’월계수 양복 신사들‘이 종영한 건 지난 2월26일이다. 김영애는 그야말로 세상과 작별하기 직전까지 연기만했다.

'국민 배우’ 김영애는 누구?

김영애는 1970년 MBC 공채 3기 탤런트로 연예계 데뷔했다. 데뷔 초기에는 빼어난 외모로 크게 주목받았지만, 이후 연기력까지 갖추며 방송계와 영화계 모두에서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았다(1974년 백상예술대상 신인상). 최근에는 배우 김해숙·나문희와 함께 ’엄마 연기‘의 최고봉으로 불렸다. 특히 시청자와 관객의 마음을 치는 그의 절절한 감정 연기는 관계자들 사이에서 ’눈물 보증 수표‘로 불리기도 했다.

가장 최근 예로 ’판도라‘(2016) ’변호인‘(2013)과 같은 영화에서 보여준 그의 모성애 연기는 평단과 관객에게 영화의 품격을 한 단계 올려주는 역할을 했다는 극찬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배우로서 김영애의 가치는 넓은 연기 스펙트럼이기도 했다. 엄마 연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강하고 독특한 캐릭터 또한 능숙하게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은 그가 다작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그는 드라마 ’황진이‘(2006) ’아테나:전쟁의 여신‘(2010) ’로열 패밀리‘(2011) 등을 거친 2000년대 중반 2010년대 초반까지 오히려 이른바 ’센‘ 캐릭터로 자신 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여배우가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시기에 50대 여배우 중 ’대통령비서실장‘을 연기하고, ’나이 든 기생‘을 연기하는 건 오직 김영애만 가능했던 일이기도 했다.

김영애는 사업가로도 활동했다. 다만 성공과 실패를 오갔고, 사업에서의 스트레스가 췌장암으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김영애는 2000년 시작한 황토팩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승승장구했지만, 한 TV 프로그램에서 그가 판매하는 팩에 유해성분이 있다고 보도하면서 사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이후 법원은 해당 황토팩에 인체 유해성분이 없다고 판결내렸지만, 이미 사업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김영애에게 독으로 작용했고, 암까지 발전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최근까지 있어왔다. 김영애는 2012년 ’해를 품은 달‘ 촬영 당시 췌장암 진단을 받았지만, 이 사실을 숨기고 끝까지 촬영을 마쳐 주위를 놀라게 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