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법원이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시간, 최순실(61·구속기소)씨 최측근이었다가 최씨 국정 개입 의혹을 처음으로 폭로한 고영태(41)씨가 11일 전격 체포됐다.

고씨는 최씨와 사이가 틀어지면서 최씨의 국정 농단을 언론에 폭로해  '최순실 게이트'의 도화선이 된 인물. 

12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지검장)에 따르면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전날 저녁 고씨를 체포해 서울중앙지검에 인치했다.

고씨는 인천본부세관 소속 이모 사무관으로부터 세관장 인사와 관련해 2000만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이 사무관과 전 인천본부세관장 김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고씨가 최씨를 통해 정부 인사에 개입했는지를 수사했다.

또 검찰은 지난달 28일 피고소·고발인 신분으로 고씨를 조사하기도 했다.

앞서 고씨는 지난 2월 최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2015년 12월쯤 최씨가 세관장으로 적합한 인물을 찾아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고씨가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에게 부탁해 최씨에게 이력서를 전달한 인물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2016년 1월 인천본부세관장에 임명된 후 고씨와 류 전 부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씨는 류 전 부장에게 상품권을 건넸고, 고씨는 이 상품권을 받아 최씨에게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이 사무관이 김씨가 세관장이 된 직후 고씨에게 2000만원을 송금한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와 관련해 의혹이 불거지자 김씨는 지난 1월 사표를 내고 퇴직했다.

고씨가 관세청 인사에 개입한 정황은 이른바 '고영태 녹음파일'에서도 일부 드러난 바 있다.

▲ 고영태 전 이사
전 고원기획 대표 김수현(37)씨가 고씨 등과 통화한 내용을 녹음한 파일에는 고 씨가 "내가 (이 사무관에게) '세관장님 앉힐 때 돈 들어갔으니까, 적어도 돈을 벌려는 게 아니고 들어간 돈을 빼려고' 라고 말한 내용이 담겨 있다. 검찰은 최대 체포시한인 48시간 동안 고씨를 추가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펜싱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고씨는 독일 더블루K 대표, 한국 더블루케이 이사를 맡는 등 최씨의 최측근으로 지냈다. 고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들고 다녀 화제가 된 가방 브랜드 '빌로밀로'를 만든 인물이기도 한다.

그는 지난해 10월 "2012년께 최순실씨와는 가방 관련 사업 때문에 우연찮게 알게 된 사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고씨는 최씨와 사이가 틀어진 뒤 '최순실 게이트'의 내부고발자를 자처했다.

한편 고영태 체포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이날 오전 한 포털사이트를 통해 "꿩 대신 닭이냐?" "우병우나 잡아라" "j우병우는 기각해놓고?" "국민이 우습나?"라는 댓글을 남겼다.

반면 일부 국민들은 "당연한 일" "우병우 일과는 별개로 고영태의 잘못은 잘못이니까 체포하는 게 맞지" "잘못이 있으니 체포해야지"라는 댓글을 남겼다.

이날 시사IN 주진우 기자도 고 전 이사가 체포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 수사를 맹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주 기자는 “고영태가 검찰에 체포됐습니다. 서재식 검사님은 고영태가 검찰 출석에 불응할 우려가 있다고 하네요”라며 “어제 고영태 변호사가 검찰과 출석 날짜를 상의했는데...명절 때도 일요일에도, 토요일에도 검사가 부르면 달려 갔는데...”라고 반박했다.

이어 주 기자는 “검사님들 대단하세요. 우병우 주요 범죄는 수사 안 하고 고영태가 제보한 최순실 비밀 사무실은 조사도 안하고, 고영태 수사에는 문은 박살내시기까지”라며 “검사님 최순실한테, 우병우한테 이런 열정을 좀 보이시지...”라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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