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최순실씨(61·구속기소)의 딸 정유라씨(21)의 이화여대 학사 비리와 관련해 최씨측과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55·구속기소)측이 특검법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한 목소리로 무죄를 주장했다.

최씨는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수정) 심리로 열린 본인과 최경희(55) 전 이대 총장 등 6명의 업무방해 등 혐의 1차 공판에서 "이 일은 이대만의 문제가 아니고 대학 전체 문제"며 "연대와 고대 입시도 이미 내정자가 있다고 들었다. 그것도 특검에서 알아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특검 측은 정씨의 입학·학사 특혜를 입증하기 위해 이대 교수들의 진술조서, 정씨가 지원했다가 떨어진 연세대·고려대·중앙대 등의 수시모집 지원서 등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최씨는 "(정)유라가 이대 체육과학부랑 한국체대 노인체육복지학과 수시모집에 합격했다"며 "원래 한국체대에 들어가려던 유라가 이대에 간 것은 나 때문이다. '이대가 명문이니 가라'고 권유했다"고 밝혔다.

특히 최씨는 발언권을 얻어 특검을 강하게 비난했다. 미리 준비한 서류를 보고 또박또박 읽다가 갑자기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씨는 "특검은 무조건 이대 입시가 부정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수사했고, 그 과정에서 강요와 압박을 받았다"면서 "회유와 협박때문에 진술을 거부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유라, 이 어린 학생을 공범으로 모는 것은 인격살인을 하는 것이다"며 "독일은 인터넷이 느리고 잘 안 된다. 교수들이 배려해 준 상황이 이렇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임위에서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면서 "내가 죽어도 눈을 못 감을 정도로 애를 공격했다. 정말 억울하다"면서 울먹였다.

▲ 법정 향하는 최경희 전 이대 총장
최 전 총장도 최씨처럼 혐의를 전면 부면했다.

재판 내내 긴장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최 전 총장은 "조직적인 특혜는 없었다"며 "선생님들과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몰아가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심하다"고 성토했다.

최 전 총장은 "(이대가 130년 전통의 명문 사학이지만) 현재 대학의 현황을 보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재판장이 꼭 이해해 주길 바란다"며 "우수한 학생은 외국에서라도 데려와야 하는게 현실이었고 총장으로서 우수학생 유치를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총장 취임 한달만에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정유라)가 왔다는 보고를 남궁곤 당시 입학처장으로부터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며 "나도 기뻤다"고 거듭 주장했다.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가 학교에 입학해 학교 위상을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였다는 것이다.

또 "다만 당시 정유라 씨가 정윤회 씨 딸이라는 사실이 오르내려 우리는 절차만 공정하게 하면 된다"고 남 전 처장에게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 전 총장은 "요즘 대학 입학, 학사 행정은 총장이 '이래라 저래라' 지시에 의해 이뤄지지 않고 제도와 시스템에 의해 이뤄진다"며 "나는 아닌 것은 아니라고 얘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남궁곤 전 처장 변호인은 "입학처장 입장에서는 총장이 평소 강조하는 우수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었다"면서 "18세 고등학생 정유라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왔다. 정씨가 국가대표급 스포츠스타를 선발하려는 인재상에 부합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13일 오전 10시10분 2차 공판을 열고, 정씨 특혜 관련 사항을 알고 있는 이대 교수 등 4명을 증인신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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