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부문 인수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본입찰에서 인수가격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도 남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SK그룹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전날 서울 동대문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울캠퍼스에서 특강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른 업체에 비해 예비입찰 금액이 낮다는 질문에 지금 진행되는 도시바 입찰은 바인딩(binding, 법적 구속력이 있는) 입찰이 아니라 금액에 큰 의미가 없다며 본입찰에서는 달라질 것이라고 답했다.

세계 2위 낸드플래시 메모리업체 도시바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당초 1조엔 수준으로 예상됐지만 경쟁이 가열되면서 3조엔(약 30조 75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예비입찰에 참여한 SK하이닉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성장성이 높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경쟁하고 양강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도시바를 인수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높아지면서 자칫 '승자의 저주'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대만 홍하이는 도시바 인수금액으로 3조엔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실버레이크-브로드컴 컨소시엄도 2조엔이 넘는 액수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SK하이닉스 등 다른 예비입찰 참가자들은 1조~2조엔을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아사히신문은 예비입찰 금액을 근거로 인수전이 폭스콘과 실버레이크-브로드컴 컨소시엄의 양자 대결 구도가 됐다고 바라봤다.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은 지난달 29일 예비입찰 신청이 끝난 뒤 "도시바 반도체사업의 가치가 최소 2조엔 이상"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다만 일본 정부가 중화권으로 기술유출을 꺼리고 있어 폭스콘의 인수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흥국증권 이민희 연구원은 "일본 정부의 기술유출 방지와 고용안정 유지 등 방침을 감안하면 예비입찰에 참여한 업체 중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인수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그 다음 순위가 마이크론 등 미국 IT기업이고 SK하이닉스는 일본 정부의 승인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시바는 당초 반도체사업 지분의 19.9%만 매각할 계획이었지만 그 뒤 자금 확보를 위해 50% 이상을 매각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업계에서는 도시바가 지분 100%를 매각할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보고 있다. 

도시바는 4월 안에 예비입찰서 내용을 검토해 본입찰 대상자를 고를 계획으로 알려졌다. 예선전을 통과한 이들을 대상으로 다시 본선을 진행, 5월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기준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 도시바, 미국 웨스턴 디지털, 마이크론에 이어 점유율 5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를 품에 안으면 단숨에 2위로 뛰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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