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이영선 청와대 경호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장님'이라고 지칭하며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던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이나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에게 '비선진료' 일정을 실시간 보고한 정황을 담은 증거가 법정에서 공개됐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선일) 심리로 열린 이 경호관의 의료법 위반 방조 등 혐의 1차 공판에서 특검은 이 경호관의 2013년 휴대전화 문자내역을 증거로 제시했다.

공개된 이 행정관의 문자에는 ‘대장님 지금 들어가셨다. 2시간 소요 예정입니다’, ‘VIP 지금 수액 맞으러 들어가셨다’, ‘수액 다 맞으셨다’ ‘손님 정문 통과했습니다’, ‘기치료 아주머니 이상 없이 마치고 모셔다 드렸습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검팀은 "이 경호관은 박 전 대통령을 '대장님'으로 불렀다"며 "비선진료인들이 들어오면 주사를 맞거나 진료를 보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통상 안봉근 전 비서관이나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그때그때 일정을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경호관이 비선진료인 출입과 그 내용을 모두 알고 있었다"며 "안 전 비서관은 이 경호관에게 수시로 문자메시지를 받았지만 비선진료 관련 보고는 받지 않았고 모두 이 경호관이 전담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또 최순실(61)씨를 '쌤'이라고 불렀고 청와대 도착 등을 알렸다고 덧붙였다.

이 경호관이 박 전 대통령 혈액을 무단 반출한 내용도 밝혔다. 2013년 5월 '지금 모셔다드렸습니다. 다른 특이사항은 없습니다. 채혈한 것 내일 잘 챙기겠습니다'는 문자내용을 통해서다.

특검은 "피를 가져다준 것은 확인됐는데 채혈을 누가했는지 이 경호관이 말하지 않고 있다"며 "속칭 주사아줌마 등 불법의료인이 국가기밀 2급인 대통령 건강정보가 담긴 채혈까지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진료'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이영선 청와대 경호관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어 "자문의들 진료 내역도 문자로 확인된다"며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가 다른 자문의에 비해 10배 넘는 진료를 담당했다. 박 전 대통령 재직 기간 중 최소 80회 이상"이라고 말했다. 김영재 원장 부부의 청와대 출입도 모두 이 경호관에 의해서만 이뤄졌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오전 증인으로 나온 간호사 윤모씨는 최씨가 2010년 차움의원에 진료를 받으러 왔고 박 전 대통령을 국회의원 시절 데리고 온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윤씨는 김 전 자문의의 보조 역할을 했다.

윤씨는 "최씨는 성격이 급해서 기다리지 못하고 재촉하는 편이라 유별스러운 환자로 간호사들이 알고 있다"며 "내원하자마자 '바쁘니까 빨리 진료해달라'고 복도를 왔다갔다하거나 자기 차례가 아닌데 진료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 주사를 놓아달라고 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특검이 "그런 사람이 박 전 대통령을 데리고 방문해 간호사들 사이에 말이 많았지 않냐"고 묻자, 윤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윤씨는 "박 전 대통령 진료는 (의원 시절부터) 최씨나 최순득씨 진료처럼 기재했다"며 "김 전 자문의가 당선 이후 박 전 대통령에게 주사 처치가 필요해 주사를 갖고 가야 한다고 말한 적 있고 주로 태반, 감초, 미네랄, 비타민 주사였다"고 말했다.

또 이 경호관에게 박 전 대통령 혈액을 받았고 최씨 명의로 검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윤씨는 "현직 대통령 혈액검사까지 최씨 명의로 하는 것이 찜찜했냐"는 특검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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