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미대선이 아니라 촛불대선
[김민호 기자]5·9  장미전쟁의 막이 올랐다.

이미 TV토론을 통해 거친 공방을 벌이는 등 기싸움에 들어간 후보들은 본격 유세전이 시작되는 17일부터는 치열한 난타전이 에고되고 있다. 불과 3주 남짓한 짧은 기간이지만 어느 때보다 여론의 부침이 심하고 1·2위 후보 간 격차가 좁아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공통된 의견이다.

보수층의 전략적 선택 여부, TK 민심 향방, 흔들리는 중도층 표심, 범보수 후보 단일화 여부, 선거비용 문제, 안보 이슈, 가족 문제 등이 막판 승부를 가를 7대 변수로 꼽힌다.

◇ '홍찍문' 대 '안찍박'…보수의 전략적 선택 있을까

실질적인 양강 구도를 형성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희비는 보수층 유권자의 전략적 선택 여부에서 1차로 갈릴 가능성이 크다.

 보수층의 전략적 선택이란 문 후보의 집권 저지를 위해 자유한국당 홍준표·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등 현재까지 지지율이 높지 않은 범보수 주자 대신 안 후보를 밀어주려는 유권자 심리를 가리킨다. 이른바 '홍찍문(홍준표를 찍으면 문재인이 된다)'이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

실제로 보수층의 이런 경향이 최근 안 후보 상승세의 원동력이 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성인 1천10명을 대상으로 한 4월 둘째 주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안 후보는 보수층으로부터 전주보다 6%포인트 높은 48%의 지지를 받았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대구·경북)에서도 안 후보 지지율은 전주보다 10%포인트 오른 48%를 기록했다.

그러나 보수층의 안 후보 지지는 차선책이라는 점에서 상황 변화에 따라 흩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안 후보의 상승세가 꺾이거나 정통 보수 후보들의 기세가 살아날 경우 얼마든지 옮겨갈 수 있다.

또한, 적극적 지지자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투표장에 실제로 나갈 확률도 문 후보 지지자들에 비하면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홍 후보 등 보수 진영에서는 '안찍박'(안철수를 찍으면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가 '상왕'이 된다) 논리로 안 후보로부터 보수층을 떼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TK 표심은 누구에게

또 길 잃은 대구·경북(TK) 표심이 대선 향방을 가를 변수이다. 4월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TK 지역에서 득표율 38%를 기록해 민주당 문재인(15%)·바른정당 유승민(15%)·자유한국당 홍준표(14%) 후보를 넉넉하게 앞섰다. 문 후보는 지난주 이 지역 지지율(25%)에 비해 10%포인트 떨어졌다.

보수 정당의 후보가 TK에서 약세를 보이는 것은 한국 정치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다. 새누리당에서 갈라진 자유한국당·바른정당이 각각 대선 후보를 냈음에도 이 지역 표심이 ‘전략적 지지’ 성향을 나타내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안철수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TK에서 지지를 얻어야 한다. 호남을 기반으로 정당을 일으켰고,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했지만 대권을 위해서는 TK와 보수 표심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딜레마가 있다. 호남의 역반응이 문제다. 보수 정당·유권자와의 적극적 연대는 호남 지역 유권자의 이탈을 자극할 수 있다.

안 후보도 4월6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타 후보와 연대는 없다. (양강 구도, 단일화는) 국민이 만들어주실 것이다”라고 말했다. 호남 표심을 자극할까 봐 인위적 연대에는 선을 긋는다. 안철수 후보 처지에서는 양쪽(호남과 TK)을 동시에 달래고 포섭해야 하는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과연 TK의 민심이 누구를 향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우클릭' 文, 安과의 중원혈투 결과는

중도층의 마음이 누구에게로 더 쏠리느냐도 중대 변수다. 지지 후보가 확실한 진보(문재인)와 보수(안철수)에 비해 중도층의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이 그 이유다.

갤럽 조사결과 지난주 중도층 표심은 문 후보와 안 후보에게 각각 40%씩 양분됐다. 그만큼 중원 싸움이 팽팽하다는 의미다.

두 후보가 최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보이고, 경제정책 행보에 신경을 쓰는 것은 중도층 표심 잡기 전략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쫓기는 입장이 된 문 후보가 '안보 우클릭'과 통합, 포용의 메시지를 부각하면서 중도 확장에 주력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 갈라진 범보수…洪·劉 단일화로 반전 계기 만들까

지지부진한 범보수 후보들이 극적인 단일화를 성사시켜 '문·안 양강구도'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각 당 경선 전까지만 해도 단일화 필요성을 언급하던 홍 후보와 유 후보는 이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며 단일화의 1차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후보자 등록까지 마친 상태다.

여기에 한국당을 탈당한 친박(친박근혜)계 조원진 의원이 신생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보수 분열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아직은 마땅한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지만 만약 홍 후보와 유 후보 등이 단일화에 합의할 경우 안 후보에게로 쏠린 보수 지지층을 되찾아와 선거 구도를 재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당 소속인 심재철 국회부의장과 정진석 의원이 전날 단일화 촉구 공개 메시지를 내고, 바른정당 일각에서 유 후보 사퇴론이 나오는 등 이런 분위기에 조금씩 힘을 싣고 있다.

◇ '10% 못넘기면 한푼도 못 건져'…무시할 수 없는 돈 문제

후보 단일화에 영향을 미칠 부차적 변수로 돈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선거비용이라는 현실적 장벽이 정치적인 단일화 협상의 촉매로 작용하거나, 일부 후보의 중도 사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15% 이상을 득표하면 선거비용제한액(1인당 509억원) 내에서 지출한 비용 전액을, 10∼15%를 득표하면 절반을 각각 보전받을 수 있다.

따라서 15%를 얻을 자신이 없다면 천문학적인 선거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10%를 겨우 넘긴다 해도 절반은 날린다는 게 큰 부담이 된다.

바른정당은 물론 한국당 내에서도 선거비용 문제에 따른 '파산' 우려가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 北風? 美風?…돌발 안보이슈 불거질까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선거 변수인 안보 이슈도 언제든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올해는 북한의 핵실험 등 '북풍'(北風)은 물론 미국의 선제타격 가능성과 같은 '미풍'(美風)이 불어올 수도 있어 안보 우려가 더욱 크다.

이에 홍 후보 등 범보수 진영은 '안보 프레임'을 가동해 막판 대역전극의 계기로 활용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안보 이슈가 식상해졌다는 점에서 위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한반도 위기설이 불거진 지난주 갤럽 조사에서 '국가 위기 상황에 가장 잘 대처할 후보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문 후보가 가장 많은 39%의 지지를 받아 '불안한 안보관'이라는 보수 진영의 공세를 무색하게 했다.

◇ 가족이 발목 잡을까…文·安 '네거티브 공방' 승자는

격차가 크지 않은 양강구도인 만큼 유권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네거티브성 검증 공방이 의외로 판세를 가를 수 있다.

이번 대선의 검증 과정에서 유력 후보들의 발목을 잡을 가장 큰 변수는 가족 문제다.

문 후보 측은 안 후보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의 '1+1 채용특혜' 의혹과 '국회 보좌진 사적 동원' 의혹을 연일 도마 위에 올리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안 후보 측도 문 후보 아들 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특혜 채용 의혹과 문 후보 부인 김정숙씨의 고가 가구 매입 의혹으로 반격하는 형국이다.

여기에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문 후보와 안 후보 양쪽을 동시에 때리고 있어 남은 기간 어느 쪽에서 어떤 추가 의혹이 터져 나오느냐가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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