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대통령 후보들이 국민들이 가장 피부로 느끼는 '손에 잡히는 공약'중 하나인 통신비 인하를 들고 나왔다.

국민 대부분이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고, 통신료가 가계비 지출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국민 사이에서 불만이 높은 통신비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표심을 얻겠다는 계산에서다. 통신기본료 폐지, 제4 이동통신 설립, 취약계층 데이터 추가 제공 등 통신비를 낮추기 위한 정책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져 자칫 '공약'(空約)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신 공약의 현실화가 이뤄졌을 때 이동통신사들의 금전적 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이유다.

우선 문재인 후보가 내세운 1만1000원의 통신기본료 폐지가 이뤄질 경우 이동통신3사의 영업이익은 적게는 6조원에서 많게는 8조원까지 줄어들게 된다. 이통3사의 작년 영업이익은 3조6000여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영업적자로 돌아서게 된다. 통신장비 구축과 관리 등의 비용까지 감안하면 적자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문 후보의 기본료가 폐지돼도 통신사의 피해가 크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본료를 폐지해도 통신사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 많다"며 "기본료를 없애는 대신 통화료를 인상하거나, 기본료에 종량제를 적용한 패키지 요금제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후보의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 공약도 현실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안 후보의 공약은 자신이 가입한 데이터를 모두 사용하더라도 속도조절을 통해 무제한으로 추가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속도가 제어되는 만큼 이통사에게 부담이 적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이통3사가 유료로 서비스하고 있는 데이터안심옵션과 흡사하다.

현재 데이터안심요금제의 가입자 수는 많지 않다. LTE급 속도에 익숙한 사용자들이 느린 속도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통신사의 요금을 인위적으로 설정한다는 측면에서 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준표 후보가 내세운 정부차원의 데이터 지원 공약은 문 후보와 안 후보에 비해서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통신 관련 접근 취약 계층에게 쿠폰이나 선물 등의 형태로 데이터를 지급하는 만큼 업계의 반발 가능성이 적다. 다만 취약계층 분류 등을 두고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심상정 후보는 지난 11일 무제한 음성 통화와 문자 메시지, 2GB의 데이터를 보장하는 보편 요금제 출시를 통신사에 의무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심 후보는 또 주파수 경매 방식을 개선해 요금 인하로 연결짓고, 통신비 심의위원회 설치·단말기 가격 거품 제거·제4이동통신 도입 등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후보는 아직 가계통신비 관련 공약을 발표하지 않았다. 유 후보 측은 "현재 관련 공약을 준비하고 있고,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와 심 후보가 약속한 제4이동통신 도입에 대해서도 관련 업계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업계는 정부가 지난해까지 추진하다 불발된 제4이동통신을 다시 추진할 만큼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2010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제4이동통신 도입을 추진했지만, 재정 능력을 갖춘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4이동통신은 통신 시장이 한창 성장하던 10년 전에 추진했다면 가능하겠지만, 지금과 같이 성숙한 시장에서는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불러와 제 살 깎아먹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알뜰폰 업계를 지원하는 편이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취약계층을 위한 데이터 요금제 및 공공 와이파이 확대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지만, 지원금 상한제 조기 폐지와 온국민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등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문 후보의 공약인 지원금 상한제 폐지의 경우 대선을 기준으로 상한제 일몰 시점인 9월까지 5개월이 채 남지 않아 조기 폐지 효과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안 후보가 내세운 온국민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이미 이통사들이 추가 요금을 받고 제공하는 데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느려 소비자 실익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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