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국민로또투표 사이트
[김홍배 기자]"투표율을 높이려면 우리나라에서는 제일 효과적인 제도가 있을 것 같아. 투표 로또."

지난해 4월7일 방송된 JTBC '썰전' 161회에서 유시민 작가가 한 말이다. 이에 대해 전원책 변호사는 "투표용지에 일련번호를 매겨놓고"라며 호응했고, 유 작가는 "맞다, 그것을 저녁에 추첨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다만, 전 변호사는 사행성을 우려했고, 유시민 작가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냥 해보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1년 후, 유시민 작가의 "그냥 해보는 얘기"가 현실이 됐다. 지난 17일 '국민투표로또'  서비스가 문을 열었다. 투표 '인증샷'을 보내면, 추첨으로 당첨금을 지급한다. 19대 대통령선거 재외국민 투표가 시작되는 오는 25일부터 본격적인 인증샷 제출이 가능하다.

후원금 가운데 운영비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 모두 당첨금으로 사용된다. 1, 2, 3등은 각각 후원금의 50%(최대 500만 원), 20%(최대 200만 원), 10%(최대 100만 원)를 받는다. 남은 돈은 5만 원씩 받을 4등 당첨자들에게 돌아간다.

국민투표로또를 만든 사람은 스타트업 개발자 윤병준(31)씨다. 개발자·디자이너 친구 6명과 함께 만들었다. 윤씨는 "유시민 작가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됐다"라고 말했다.

윤씨는 19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유시민 작가의 발언에 공감을 해, 개발자 친구들한테 얘기했더니 다들 공감했다. 대선 때 만들어보자고 했는데 조기대선이 치러지면서 지난달에 만나 기획을 의논했다. 최종완성까지 한 달 보름이 걸렸다"라고 밝혔다.

원래 윤씨와 친구들은 일이 바빠 정치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을 이끌어낸 촛불집회를 보면서, 개발자로서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행동하자고 뜻을 모았다. 윤씨의 말이다.

"선거 때마다 투표율이 이슈가 된다. 저와 친구들은 모두 20, 30대다. 투표율이 가장 낮은 20, 30대의 투표율을 높이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좋은 대한민국이 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사행성 우려도 있었는데, 당첨금이 많지 않고 투표율 증진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생각했다."

준비를 허투루 하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해 "국민투표로또가 투표장려 서비스로 해석될 수 있어, 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또한 개인들이 만든 서비스이기 때문에, 당첨금을 지급할 때 세금이 붙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문제는 후원금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려 홍보했다. 공감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28만5000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절반가량은 지인이 아닌, 순수하게 국민투표로또에 공감한 일반 시민이 낸 돈이다.

윤씨는 "처음에 신기했다. 우리가 만든 서비스에 공감해주는 분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정말 감사했다. 큰돈은 아니지만 정말 소중한 돈"이라고 전했다.

그는 "국민투표로또가 투표율 증진에 도움이 된다면, 앞으로 선거 때마다 서비스를 할 것"이라면서 "또한 개발자로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많이 내놓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투표로또에는 20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후원자 59명에 후원금액 748,500원이 모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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