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이 1990년부터 거주한 삼성동 자택을 전격 매매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내달 2일 본격 재판 시작을 앞두고 거물급 변호사 선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새로 사들이는 내곡동 자택이 36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만큼 매매 차액은 30억∼35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보유한 예금 10억2천800여만원을 더하면 약 40억∼45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한 셈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자금은 상당 부분이 법정 다툼에 쓸 '실탄'이 될 거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한 원로 변호사는 "구치소에 있는 피고인이 변호사 비용 말고 돈을 쓸 곳이 어디 있겠느냐. 영치금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유죄가 인정될 경우 추징의 위험도 있다. 그럴 바엔 법률 비용을 아끼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형법은 뇌물 등 범죄수익을 몰수하고, 몰수가 불가능하면 그 가액을 추징하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범죄수익 중 돈은 취득과 동시에 기존 재산과 섞여 몰수가 불가능하므로 그 가액을 재산에서 추징하는 형태를 밟는다.

박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19명,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에 9명의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제대로 된 수임료를 지급하지 않아 '부실 변론'을 낳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변호인 중 유영하(55·24기) 변호사만 선임 첫 달 500만원을 받았을 뿐, 나머지는 무료로 변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장을 지낸 '전관' 변호사를 영입하려 했지만 1천만∼2천만원대를 제시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선 박 전 대통령의 사건을 맡을 연륜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려면 한 명당 최소 수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대법원이 2015년 형사사건 '성공보수'를 폐지하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사건 초반 건네야 할 액수가 커진 측면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사건의 기록이 10만 페이지가 넘는데, 이 정도면 다른 사건을 모두 포기한 뒤 몇 달을 꼬박 매달려야 읽을 수 있다"며 "고위 전관 변호사들의 시간당 몸값을 생각하면 최소 5억∼10억원을 써야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연루된 재벌 회장들은 수십억원대 또는 100억원대의 막대한 변호사 비용을 쓴다는 얘기가 있다"며 "재벌 회장들의 범죄 사실을 모두 합친 게 박 전 대통령의 범죄 사실임을 고려하면 많은 변호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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