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지난해 240억 원대의 이메일 사기 피해를 당한 LG화학이 당시 금융 거래를 담당한 영국계 은행 바클레이스를 상대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제기한 소송을 9개월만에 취하했다.

서울중앙지법은 LG화학이 바클레이스를 상대로 제기한 248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양측이 합의해 지난 2월 9일 소를 취하했다고 21일 밝혔다. 법원은 지난해 8월 24일 첫 변론기일을 시작으로 3번의 공판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업무를 맡고 있는 우리은행의 역할과 바클레이스의 역할 등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이 있었지만 LG화학 측이 소를 취하함에 따라 소송은 일단락됐다.

LG화학은 지난해 3월 거래처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프로덕트트레이딩을 사칭한 곳에서 납품 대급 계좌가 변경됐다는 이메일을 전송받았다. LG화학은 거래대금 240억여 원을 바클레이스에 보냈고 바클레이스는 이 돈을 그대로 계좌에 송금했지만 이메일은 가짜로 드러났고 해당 계좌도 아람코와 관계없는 계좌였다.

사기꾼이 이메일을 해킹해 두 회사 간 거래 정보와 계좌정보 등을 파악한 뒤 거래처를 사칭해 메일을 보냈던 것이었다. 불특정 다수를 노리는 보이스 피싱과 달리 거래처나 지인을 사칭해 특정 기업이나 개인의 자산, 정보를 노리는 이른바 ‘스피어 피싱(spear phishing)’에 당한 것이다.

LG화학은 바클레이스가 수익자의 성명과 수취계좌의 예금주 명의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송금하지 말고 회사와 협의해야 하는데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또 LG화학이 사건 발생 직후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해 서울중앙지검 외사부가 법무부를 통해 해외 사법공조를 요청하는 등 수사가 진행돼 왔다.

LG화학 관계자는 "서로 합의해 소송을 취하했다"며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보상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 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소송을 취하한 것은 LG화학의 의견이 상당 부분 받아들여진 결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