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두운 표정의 유승민
[김민호 기자]바른정당이 유승민 대선 후보의 거부에도 자유한국당ㆍ국민의당에 ‘3자 후보 단일화’를 제안하기로 했다.

그러나 25일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이 거부의사를 밝힘에 따라 성사여부가 불투명하게 됐다.

바른정당은 25일 새벽까지 ‘심야 의원총회’를 한 끝에 “유 후보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서도 “다만 좌파세력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3자 단일화를 포함한 모든 대책을 적극 강구하기로 했다”는 어정쩡한 결론을 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유 후보는 그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주 원내대표는 또 “(3자는)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으로 ‘원샷 단일화’를 의미한다”며 “북한을 ‘주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후보(문재인)의 당선은 막아야 한다는 큰 목적을 위해서는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의총에는 전체 의원 33명 중 31명이 참석했다. 의총은 24일 오후 7시30분부터 5시간 동안 이어져 자정을 넘겨 끝났다.

3자 단일화는 곧 유 후보의 중도하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까지 여론조사의 추이상 안철수 국민의당, 홍준표 한국당 후보보다 유 후보의 지지율이 낮기 때문이다.

유 후보는 의총에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유 후보와 측근 의원들은 그간 당내 의사결정 과정인 경선을 통해 당선된 후보의 거취를 의총에서 정하는 건 반민주적 행태라고 비판해왔다. 유 후보는 이날 의총에서도 “저를 믿고 지켜봐 달라. 한국당이나 국민의당과 후보 단일화는 명분이 없다”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날 의총에서 단일화를 요구한 의원들이 뜻이 완강해 애매한 결론으로 봉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참석 의원은 “단일화를 요구하는 의원, 단일화에 반대하는 의원, 단일화는 반대하지 않지만 후보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의원들이 팽팽히 맞섰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단일화 제안을 하는 것에 유 후보가 반대하지 않겠다는 정도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의총에선 5시간 내내 격론이 오갔다. 강길부 의원은 “이미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빠지기 시작해 단일화 해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탈당할 때 우리가 제기한 문제들이 해결 안됐는데, 한국당과도 합할 명분이 없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혜훈 의원 역시 “국정농단으로 궤멸돼가는 보수를 개혁해 진짜 보수를 하려고 나온 것 아니냐”며 “우리의 창당정신과 맞지 않는 세력과 어떻게 단일화를 하느냐”고 주장했다고 한다.

반면, 김성태 의원은 “문재인 후보가 되는 건 막아야 한다는 보수층의 요구가 크다”며 “조직이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이지 후보 개인의 일이 아니다”라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홍문표 의원도 “심상정 (정의당) 후보보다 못한 지지율로 완주 한들 우리 당이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선대위원장인 김무성 의원은 “당과 후보를 위해 3자 단일화를 추진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로 힘을 실었다고 한다.

향후 김무성ㆍ정병국ㆍ주호영 공동선대위원장이 국민의당, 한국당과 단일화 협상을 주도한다고 해도 험로가 예상된다. 홍 후보나 안 후보 모두 “단일화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여기다 유 후보 본인이 반대한 사실이 알려지면 상대 당이 협상에 응할지도 미지수다.

한 의원은 “단일화를 제안했다가 ‘퇴짜’를 맞는다면 우리 당 후보에게 되레 상처만 남기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 후보는 의총 뒤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은 아무 말씀도 안 드리겠다”며 입을 꾹 닫은 채 의총장을 떠났다.

한편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후보 측은 25일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을 포함한 3자 후보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의원총회에서 결론낸 것에 "정치인들에 의한 인위적 연대를 거부한다"고 일축했다.

손금주 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 브리핑을 통해 "우리 당 입장은 항상 명확하다"고 이렇게 밝혔다.

손 수석대변인은 "오직 국민에 의한 연대만이 가능하다. 저희는 국민 선택을 받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날 오전 9시부터 열리는 선거대책위원회의에는 바른정당의 이 같은 제안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 상임 선대위원장은 최근 바른정당과의 합당이나 공식적 연대가 아니라도 중도개혁 세력이 차기 정부를 이끌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는 25일 반문연대를 위한 보수 후보 단일화 대상에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포함되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 이북5도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이북5도민회에서 보수진영 후보 단일화를 요청했다"며 "우리들이 적극적으로 단일화를 할 수 있도록 그렇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단일화 범위에 대해 "바른정당과 남재준 후보, 조원진 후보"라며 "당에서 지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안 후보는 좀 틀리다"며 "그건 단일화를 할 수 있는 정당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 여부에 대한 거듭된 질문에도 끝까지 안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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