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제2의 정유라'를 막기 위해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가 현재 중학교 3학년생이 대학에 입학하는 2021학년도부터 대입 체육특기자 전형에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과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김 총장은 "학생들의 운동 역량 정점에 달하는 나이가 40대까지다. 6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이대로 졸업을 시키는 게 맞는지 (의문이었다)"라며 "스포츠에서도 창의력이 중요하다. 체육특기자에게도 창의력을 길러줄 수 있는 교육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염 총장은 "지난해부터 체육특기자 제도를 아마추어리즘에 맞춰 실시하도록 연대와 협의해왔고, 지난해 11월께 합의문을 작성해 입시에 최저학력제를 반영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유라 사건이 커지면서 발표 시기를 놓쳤다"고 덧붙였다.

박만섭 고려대 교무처장은 "양교는 대학스포츠 역할 변화에 따라 체육특기자가 아마추어리즘에 입각해 학생으로서 기초학습역량을 기를 수 있게 하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면서 "학생 운동선수에게 학업과 운동을 병행시켜 차세대 스포츠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처장은 "이를 위해 2021학년도부터 체육특기자 입학선발에서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고 학생 운동선수의 학사관리를 철저하게 해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겠다. 교우회나 동문회, 학부모회 등 외부단체는 운동부 관리에 관여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9일 '체육특기자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해 2020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체육특기자 전형에 학교생활기록부 교과성적과 출석을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했다.

또 학사특례 인정 대상을 종목별 경기단체에 등록된 학생으로 통일하고 수업대체 인정(공결) 기준과 상한선(수업시수의 2분의 1)을 마련하기로 했다. 재학 중 국내외 프로 입단자는 일반 학생과 똑같은 기준으로 출결, 성적 등 학사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의 딸 정유라(21)씨와 조카 장시호(38)씨 특례 입학·학사 특혜를 계기로 체육특기자 관리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높아지면서 마련한 방안이다.

어느 수준의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할지는 미정이다. 김 총장은 "첫 출발은 학생생활기록부를 최하 70% 수준 반영으로 시작하겠다. 이를 기반으로 중등 교육과정의 변화에 따라 정하겠다"고 전했다.

염 총장은 "모든 교과목을 반영하지 않고 필요한 과목을 정해 적용하겠다. 시행 전까지 체육위원회 등과 논의해 구체적으로 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학생 선수들의 학사 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김 총장은 "교무처 산하에 학사관리부를 둬 5개 학생 선수들이 오후 3시 이전까지 수업을 듣고 이후에는 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다. 연대에선 3분의 1 이상 결석하면 학점을 받지 못 하게 하고 있는데, 교육부 지침대로 2분의 1로 하겠다"고 밝혔다.

염 총장은 "2008년도에 마련한 체육위원회 시행세칙에 따라 체육특기자의 학점을 관리하고 있다. 입원치료를 받거나 대회에 참가하는 학생이 출석인정요청서를 체육위원회에 제출하면 해당 교수가 승인한다. 지방전지훈련이나 연습경기는 원칙적으로 허락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다만 교육부가 '체육특기자 학사관리 실태조사'를 통해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학사경고 3회 이상에도 제적되지 않은 학생이 고대에 236명, 연대에 123명이었다고 발표한 데 대해서는 반박했다.

염 총장은 "학칙상 학사경고를 2회 받으면 퇴학이지만, 체육특기자 관리 시행세칙을 통해 총장이 관리해왔다. 2008년부턴 학생선수 모두 아침 수업을 듣도록 하면서 학사를 관리해왔다"고 소개했다.

김 총장은 "체육특기자는 일반 학생의 1%도 안된다. 학사경고를 받은 학생 선수 제적 여부 문제는 총장의 자율권 문제라는 입장이다"라고 했다.

양교는 이같은 흐름을 반영하기 위해 연례 양교 체육대회인 '연고전'도 '연고제'로 바꿔 문화·예술·학술 분야를 강화할 방침이다.

염 총장은 "일본의 경우 한해 럭비선수 졸업생 800명 중 600명이 대기업에서 우선 채용된다. 럭비 운동 특성과 단결력, 협동심 때문이다. 우리도 학생 선수들을 프로팀에 못가서 낙오하지 않고 사회에서 선호하는 스포츠 인재로 키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좋은 성적이 있어야만 입학과 졸업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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