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착잡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26일 권영빈 선체조사위원은 세월호를 인양한 이후 두 눈으로 처음 본 조타실의 모습을 이 한 마디로 표현했다. 침몰 원인 파악을 위한 핵심 단서가 몰려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세월호 조타실 내부가 참혹한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다.

권 위원은 이날 오전 10시25분께 김철승 조사위원, 설립준비단 소속 민간전문위원 2명과 함께 세월호 4층(A데크) 선수 좌현에 뚫은 진출입로를 통해 조타실에 들어갔다. 조타실 진입은 세월호 인양 후 처음, 선내 수색을 시작한 지 9일 만에 이뤄졌다.

세월호가 좌현을 바닥으로 누워있기 때문에 조타실도 좌측 벽면이 바닥으로, 바닥과 천장이 양측 벽면으로 바뀌어 있었다. 조사위원들은 가설 사다리(비계)와 발판(족장)을 따라 이동하며 검붉게 녹슬고 부서진 조타실 내부를 살폈다.

조타기와 계기판, 무전기와 통신설비에는 검붉은 색 진흙(펄)이 덕지덕지 붙었고 조타기 앞 유리창 위의 시계와 풍향계, 풍속계도 녹이 슬거나 먼지와 진흙이 외관을 덮고 있었다.

세월호 조타실 시계는 10시 17분 12초에 멈춰있었다.

검붉은 녹 사이로 시계가 10시17분 11초께 멈춰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의 재판에서 세월호는 2014년 4월16일 오전 10시17분 06초에 108.1도로 완전히 전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창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장은 "전기로 작동되는 시계"라며 "시계가 멈춘 시각은 시계에 전기공급이 멈춘 시각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시계 옆 풍속계의 지침은 5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권 위원은 "선체가 좌현으로 누워있다. 중력을 받아 계기판의 지침이 밑으로 떨어져 있다. 어디를 가리킨다는 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타실 중앙에서 좌현 방향으로 침몰기록장치가 있던 자리에는 선체가 옆으로 기울며 떨어진 지장물들이 1.5m 높이로 쌓여 있었다.

조사위원들은 이날 가로 30㎝, 세로 50㎝ 크기의 침몰기록장치가 원래 자리에 그대로 붙어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이날 오후 현재 조타실에 쌓여있는 지장물을 제거해 밖으로 빼내는 작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권 위원은 "원래 위치에 침몰기록장치가 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상태"라며 "오후에 지장물을 제거한 뒤 침몰기록장치가 그대로 있는지, 수거할 수 있는지를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침로 기록지는 세월호가 참사 당시 몸으로 느낀 침로를 자체 기록한 것으로, 심전도 기록지처럼 종이 위에 잉크를 찍어 그래프 모양으로 기록된다.

선조위는 침로 기록지를 확보해 당시 조타수가 어떻게 세월호를 몰았는지 확인하고 레이더가 외부에서 기록한 AIS 침로 기록과 비교할 예정이다.

세월호 급변침 등 사고 원인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위는 침로기록장치를 수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전문 업체를 불러 수거한 뒤 곧바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넘겨 복원을 시도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