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새로운 성장 모멘텀 필요"

▲ [CES 2013] 삼성전자, '혁신의 장' 열다
2013년 전자·IT업계는 세계 경제침체 장기화 속에서도 앞선 기술과 혁신적인 제품들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선전했다.

하지만 2014년 전자·IT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올 한해 국내 전자업계를 먹여 살린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시장이 점차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고, 중저가 휴대폰에 대한 수요 증가에 힘입어 중국 등의 후발업체들은 세계 시장에서 한국 업체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한층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 이를 통해 저성장 위기를 돌파하려는 국내 기업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는 올해 매분기 사상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3분기에는 국내 기업 사상 최초로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하는 꿈의 기록을 냈다.

LG전자는 'G시리즈' 등을 앞세워 브랜드 입지 강화에 나섰고, 팬택은 경영악화 속에서도 ▲광고 선전 ▲업계 최초 지문 인식 스마트폰을 공개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과열 전쟁 등으로 성장률이 둔화되는 업계 상황을 고려해 '휘어지는 휴대폰'을 내놓는 등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힘쓰고 있다.

생활가전의 경우 늘어나는 1인 가구를 겨냥한 소규모 제품이 흥행에 성공했다. '나홀로족'과 신혼부부 등이 작은 사이즈의 세탁기, 냉장고 등을 찾으면서 관련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밖에 '응답' 열풍에 힘입은 복고풍 TV가 인기를 끌었다. LG전자의 1970~1980년대 브라운관 TV 디자인을 적용한 32인치 '클래식 TV'는 이 회사의 32인치 TV 제품군 중에서도 가장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초고해상도(UHD) TV 또한 화두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등 TV업체들은 80인치 이상 프리미엄 UHD TV를 잇따라 내놓았다. UHD TV는 기존 풀HD TV보다 화질이 4배 이상 선명하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부품은 공급부족에 따른 D램 가격 상승, 모바일 기기 수요 확대 등으로 전년 대비 개선된 실적을 기록했다.

◇전자업계 "새로운 성장 모멘텀 필요"

전자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2014년 스마트폰 수요는 약 12억2000만대. 이는 올해보다 약 23% 증가한 수준이다. 여전히 높은 증가율이기는 하지만 2012~2013년 연속으로 40%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둔화된 수준.

이처럼 내년 전체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동안 국내 제조업체들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줬던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두드러지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향후 스마트폰 시장의 소비 트렌드가 고가에서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옮겨감에 따라 중국 업체들이 위협이 더욱 거세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직은 중국 업체들이 주로 자국 시장과 동남아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과 함께 장기적으로 기술 경쟁력을 높여 활동무대를 차츰 넓혀나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값 싼 중국 제품에 기술력까지 더해진다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체제를 깨는 것도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올해 부진을 면치 못했던 TV시장은 초고화질(UHD) TV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회복세를 그릴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UHD TV는 당초 콘텐츠 부족과 가격 경쟁력 열세 등의 문제점으로 시장 확대에 대한 우려감이 있었지만, 올 들어 중국 업체들을 필두로 저가형 UHD TV가 출시되기 시작하며 UHD TV 시장이 점차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가격하락 속도와 적극적인 마케팅 등을 감안하면 UHD TV 대중화 시기는 내년 상반기부터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UHD TV시장이 LCD TV의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올해 판매량은 260만대로 전체 LCD TV대비 1.3%에 불과하겠지만, 내년에는 2520만대가 판매돼 전체의 12.1%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내년 국내 전자업계는 최대 캐시카우인 스마트폰과 반도체 사업 부문을 잇는 차세대 '먹거리' 개발에도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새로운 성장축 발굴이 절실한 상황.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조직개편에서도 이러한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카메라 사업부문과 휴대폰 사업 부분을 통합, 상대적으로 체질이 약한 카메라 사업부문에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최근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메모리솔루션, 파운드리, 기업간거래(B2B) 등의 사업도 재정비,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대한 고민을 짐작케 했다.

LG전자 역시 기술·제품간 연구개발 시너지를 높이고 영업과 마케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새단장했다. 기술·제품간 융복합 강화를 위해 사업본부장 직속 연구소를 운영하고, 제품별 개발은 각 제품 사업담당이 맡도록 했다. 각 제품 사업담당별로 운영하던 해외영업 조직을 통합해 사업본부장 직속으로 운영한다.

한편 반도체 부문의 경우 내년에도 선진국 경기 회복과 모바일 수요 확대로 반도체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디스플레이는 공급 과잉 및 모바일 고성장에 대한 수혜 축소 등으로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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