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박은주(60) 전 김영사 대표가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29일 구속됐다.

전날 박 전 사장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을 진행한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 사유를 밝혔다. 박 전 사장은 작가들에게 인세를 지급한 것처럼 꾸며 6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개인적으로 설립한 자회사에 영업권을 무상으로 넘기는 등 방법으로 회사에 약 15억원 손해를 끼친 혐의도 적용됐다.

‘출판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던 박 전 사장은 김영사의 설립자 김강유(70) 대표이사 회장과 맞소송전을 벌여왔다.

박 전 사장과 전직 김영사 직원 2명은 2015년 7월 김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 사기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박 전 사장은 2005년~2014년 3월 김영사가 발간한 책을 집필한 허영만 이원복 등 작가들에게 인세를 지급한 것처럼 회계자료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의 방식으로 회삿돈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박 전 사장이 개인적으로 설립한 자회사에 도서유통 업무를 몰아주거나 영업권을 무상으로 떠넘겨 준 혐의도 받고 있다.

김 회장과 박 전 사장 간 인연이 악연으로 변한 건 2014년부터다. 김 회장은 1989년 당시 32세이던 박 전 사장에게 경영을 맡기고 물러났다. 박 전 사장은 ‘먼 나라 이웃나라’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정의란 무엇인가’ 등 숱한 베스트셀러를 펴내며 출판계의 거물로 성장했다. 박 전 사장은 한국출판인협회 회장까지 맡게 됐다.

그러나 김 회장이 2014년 5월 박 전 사장의 비리를 문제 삼아 박 전 사장을 물러나게 하고 다시 대표직을 맡으면서 내부 경영권 분쟁이 표면화됐다. 당시 김영사는 매출 부진, 사재기 의혹 등도 불거진 상태였다.

김 회장이 물러나게 하자 박 전 사장은 2015년 7월 횡령 및 배임, 사기 혐의로 김 회장을 고발했다. 김 회장이 회삿돈 30여억원을 그의 형에게 무담보로 빌려주고, 김영사 업무를 하지 않으면서 월급 등 명목으로 30여억원을 받아 회사에 손해를 끼쳤고, 경영권 포기 대가로 보상금 45억원을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자신의 회사지분과 사옥소유권 등 285억원상당의 자산 손해를 봤다는 내용이었다. 검찰은 고발 내용에 부합하는 증거를 찾지 못해 ‘혐의 없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경영 일선에 복귀한 김 회장은 이듬해 역공을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검에 120억원대 횡령ㆍ배임 혐의로 박 전 사장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박 전 사장이 가짜로 회계자료를 작성하고 자문료를 허위 지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회사 자금 80억원을 횡령하고, 부당하게 도서유통 업무를 회사에 몰아주는 등 40억원상당의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이었다.

김영사 측은 “박 전 사장은 불의한 방법으로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쳐 지난해 3월 즈음부터 감사를 받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5월 퇴사했다”는 입장이다.

박 전 사장은 1989년 김영사 사장에 취임해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먼 나라 이웃나라' '정의란 무엇인가'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펴내며 김영사를 경영하다가 2014년 5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대표는 김영사 설립자이자 실소유주다. 그는 지난 1983년 김영사를 세운 뒤 당시 30대 초반이던 박 전 사장에게 지분과 경영권을 물려주고 종교 생활에 전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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