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황금연휴, 해외여행 떠나요
[이미영 기자]최장 11일의 황금연휴가 시작됐다. 120만명이 해외로 나간다는 뉴스가 나오고 정부도 한 달에 한 번 조기 퇴근하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노동 문화를 바꾸고 일과 가정 양립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런 유연근무제나 정시 퇴근은 공공기관과 대기업 등 이른바 '신의 직장'에만 해당할 뿐 5월 초 최장 11일간의 '황금연휴'에도 정상 근무하는 중소기업에는 그림에 떡일 뿐이다.

기계가 쉴새없이 돌아가는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한 중소기업의 생산공장.

30명의 인력으로 돌아가는 이 공장이 원청기업의 납기일을 맞추려면 5월 황금연휴는 남의 나라 이야기라는 설명이다.

이 회사 박오수 공장장은 “납기일 때문에 5월 초쯤에 많이 상차를 해야 하기 때문에…휴가는 다 똑같이 가고 싶은 마음이지만 경기도 어려운 상황이고 해서 쉰다는 것은 생각도 못합니다”

30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 제조업체 250곳을 대상으로 5월 초 징검다리 연휴 기간(5월 1∼9일) 평일인 5월 2, 4, 8일에 임시 휴무를 하는지 설문 조사한 결과 절반가량이 정상 근무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 아니라 '빨간 날'인 연휴 공휴일에도 중소기업 직원 상당수는 대기업 납품기일에 맞추어야 하는 등의 이유로 출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기업 가운데 50.4%는 5월 9일 대통령선거일에도 쉬지 않으며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는 34.1%, 5월 3일 석가탄신일에는 23.7%,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11.1%가 각각 정상 근무했다.

상당수 대기업이 공휴일 사이에 낀 근무일에 공동 연차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9일에서 무려 11일까지 휴가를 즐기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정부는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해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제 등을 도입하고 장시간 일하는 문화를 개선하겠다며 이에 앞장서고 있다.

이미 공직사회에서는 지난달부터 기획재정부, 기상청, 인사혁신처,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 한 달에 한 번 직원이 오후 4시에 조기 퇴근하는 유연근무제를 시행되고 있다.

또 정부에 이어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중부발전, 예금보험공사 등 17개 공공기관도 이달부터 평소 일정 시간 초과 근무하고 하루는 단축 근무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날'을 운영할 예정이다.

평일뿐 아니라 주말 근무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주말을 재충전의 날로 삼는다는 원칙에 따라 토요일 근무는 전면 금지하고, 일요일도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출근을 하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일·가정 양립 정책은 정부와 공공기관, 대기업 등에만 해당할 뿐 전체 기업 수에서 99%, 고용에서 88%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에까지는 그 온기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 인식에 따라 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 2월 "4차 산업혁명, 저출산 등 경제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경직적으로 장시간 일하는 문화를 유연하게 바꾸는 '일·가정 양립 제도'는 기업과 국가의 생존전략이 됐다"면서 특히 중소기업 변화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근무 시간과 장소가 자유로운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중소기업에 연간 근로자당 최대 52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문가와 관계자는 정부가 좀 더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중소기업은 여전히 일과 가정 양립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소기업의 경우 조세 혜택 등 실질적인 혜택을 부여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욱조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도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현재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고려하지 않고 일·가정 양립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면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정부 지원 없이도 잘 할 수 있으니 고용의 88%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체근로 지원 등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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