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 5월의 서초동이 뜨겁다.

삼성그룹 등 대기업으로부터 뇌물을 요구하고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65) 전 대통령 첫 재판이 다음 달 2일 열리고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은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다음달 1일 열린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다음 달 2일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출석할 의무는 없지만, 검찰과 변호인단은 구속 후 처음으로 법정에서 각자 의견을 펼친다.

박근혜 전 대통령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박 전 대통령의 혐의사실만 총 18개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의 공모 여부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삼성, 롯데, SK그룹에서 총 592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수수하기로 약속했으며, 실제 수수한 금액만 368억원에 이른다고 본다.

구체적으로는 삼성 433억원(실제 수수액 298억원), 롯데 70억원, SK 89억원인데, 실제로 오간 금품은 삼성·롯데가 건넨 총 368억원이다. 이 가운데 70억원은 롯데가 건넸다가 나중에 돌려받았다.

 
금품을 건넨 명목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최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 지원 등 다양하지만, 모두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 관계를 전제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40년 지기'인 최씨의 공모 관계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최씨의 요청으로 박 전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 각종 도움을 주는 대신 돈을 받기로 약속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반면 박 전 대통령 측은 대기업들에 금품을 내라고 하거나 도움을 약속하지 않았으며 최씨가 기업에서 금품을 받은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맞선다.

뇌물수수 혐의로 추가기소된 최순실(61)씨, 박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인허가와 관련해 70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62) 롯데그룹 회장도 함께 재판을 받는다.

공판준비기일에서는 검찰의 공소사실과 변호인 측 입장을 간략히 듣고 증거, 증인 신청 등 향후 재판 절차에 관한 논의가 진행된다.

이날 법정에 박 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낼 지 여부가 주목된다. 공판기일과 달리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직접 법정에 나올 의무가 없다.

검찰 수사 단계부터 박 전 대통령과 함께했던 유영하(55·사법연수원 24기)·채명성(39·36기) 변호사가 법정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날까지 추가로 선임된 변호사는 없다.

새로운 변호인들이 선임될 경우 기록 검토에 대한 시간을 재판부에 요구, 재판이 공전하거나 곧바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은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다음달 1일 열린다. 우 전 수석은 미르·K스포츠재단 불법 설립을 방조하고 문화체육부 인사에 개입한 혐의 등 8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의무가 없는 만큼 우 전 수석이 재판정에 나올지는 미지수다. 재판부는 검찰과 우 전 수석 변호인들의 의견을 들은 뒤 향후 증인 신문 등 일정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한 최씨에게 430억원대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임원 4명의 10차 공판이 다음달 2일 오전 10시 열린다.

재판부는 최씨 딸 정유라(21)씨가 독일에 체류할 당시 승마 훈련 지원 업무를 했던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과 삼성전자 승마단 소속으로 활동했던 승마선수 최준상씨를 증인으로 부른다.

이들은 삼성전자가 정씨의 독일 승마 전지훈련을 지원한 상황, 최씨 모녀의 승마계 전횡 등에 대해 진술할 것으로 보인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내달 1일 열리는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재판에서는 김영재 원장 부인인 박채윤(48) 와이제이콥스메디칼대표와 박모 와이제이콥스메디칼 이사가 증인으로 나선다.

박 대표는 2014년 8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안 전 수석에게 49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특검은 박 대표가 금품을 건넨 뒤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이 중동에 진출할 때 정부 지원을 받은 것 등 각종 특혜를 받은 부분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2일과 4일에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지시·작성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 등 4명 재판이 진행된다.

재판부는 2일 블랙리스트 정책에 소극적으로 임했다가 사직을 강요당했던 최규학 전 문체부 기획조정실장 등 총 3명 증인을 부른다.

이들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 과정, 김 전 실장의 지시와 개입 여부, 사직을 강요받을 당시 상황 등을 진술할 예정이다.

이영선 청와대 경호관

'주사 아줌마' 등의 청와대 출입을 돕고 차명폰 개통 혐의를 받고 있는 이영선(38) 청와대 경호관 재판도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선일) 심리로 열린다.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 박 전 대통령 의상을 제작한 의상실 관계자, 최씨 운전기사 등 총 5명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이날 오후 2시10분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리는 최씨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6차 공판에서는 송규호 한국마사회 승마지원단장 증인 신문이 진행된다.

최경희 전 이대 총장 등 6명

4일 오전 10시10분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수정)는 최씨 딸 정씨의 이화여대(이대) 입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와 최경희(55) 전 이대 총장 등 6명 6차 공판을 연다.

재판부는 이화여대 교수와 조교들을 증인으로 부른다. 특검은 이들을 상대로 학교에서 정씨 학사 특혜와 관련된 논의가 있었는지, 정씨 지원과 관련해 최 전 총장 등의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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