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롯데·신세계·현대 등 대형 백화점들이 3600여개에 달하는 중소 납품업체들에게 인테리어 비용을 떠넘기고 계약 기간에 일방적으로 수수료율을 인상하는등 '갑질'을 하다가 적발됐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이 백화점 한곳당 3억7천만원에 불과한 ‘솜방망이’ 제재여서, 과징금 강화 등 개선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정위는 3일 롯데·신세계·현대·한화·엔씨·에이케이플라자 등 6개 백화점이 계약서 늑장교부·인테리어비와 판촉행사비 부당 전가, 판매수수료 불법 인상·판촉사원 부당 파견, 경영정보 불법 요구 등 각종 불공정행위로 ‘대규모 유통업법’을 위반한 것을 적발하고, 2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AK는 23개 납품업자의 25개 매장의 위치를 변경하고 새로 설치되는 매장의 인테리어 비용 약 9억8300만원을 납품업자가 부담하게 했다.

NC도 안산 고잔점 매장을 개편하면서 점포 전체 통일성 유지를 명목으로 7개 납품업자의 매장에 조명 시설 등을 설치토록 하고 비용 약 7200만원을 걷었다. 또 상품보관 책임이 대규모 유통업자에 있음에도 납품업자에 창고사용료 약 1100만원을 부담하게 했다.

NC와 AK는 계약 기간 중에 판매 수수료율을 1~12%포인트 인상하기도 했다. 대규모 유통업법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기간 중에 판매 장려금의 비율과 판매 수수료율 등의 계약조건을 변경할 수 없도록 정했다.

NC와 신세계는 납품업자에 경영정보를 요구하기도 했다.

NC는 68개 납품업자에게 NC의 점포가 있는 수원과 부산 서면 지역의 갤러리아, 롯데 등 다른 경쟁 백화점 매장에서 발생한 매출액 정보를 제공하도록 전화 등으로 요구했다.

신세계도 3개 납품업자에게 서울, 부산, 대구 지역 롯데, 갤러리아, 대구백화점 등 다른 경쟁 백화점 매장에서 발생한 매출액 정보를 제공하도록 카카오톡 등으로 요구했다.

NC, 갤러리아, AK, 현대, 신세계는 납품업자와 거래계약을 체결한 즉시 계약서를 주지 않고 계약 기간이 시작되거나 종료된 후에야 내주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6월 롯데·현대·신세계·갤러리아·AK가 발표한 매장 이동, 퇴점 기준 제공 등이 담긴 자율개선 방안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도 지속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이번에 적발된 6개 백화점에 부과한 과징금은 한곳당 3억7천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대규모 유통업법이 갑질 엄벌을 위해 과징금 최고한도를 관련납품금액의 100%로 높인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계약서 늑장교부, 계약서에 없는 판촉행사비 부당전가 등은 관련납품금액을 특정하기 어려워 건별로 1~2억원의 정액과징금만 부과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엔씨백화점이 계약기간 중 판매수수료율을 불법 인상한 사안의 경우 관련납품금액이 83억원으로 분명한데도 과징금은 2억원(2.4%)만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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