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진행된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요식’에 참석한 안철수 후보와 홍준표 후보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민호 기자]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세월호 인양을 두고 해양수산부와 거래를 했다는 내용의 SBS 보도와 관련해 대선 후보 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2일 저녁 방송된 SBS 관련 보도의 요지는 해수부가 세월호 인양을 고의적으로 미뤄오다 차기 정부 눈치를 보고 인양작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측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측은 3일 한 언론사의 세월호 인양 고의지연 의혹 보도가 삭제된 것과 관련해 '보도 진위', '언론통제', '뒷거래 의혹' 등을 놓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게 공세를 취했다. 문 후보 측은 이를 '문재인 죽이기 야합'으로 규정하며 즉각 반발했다.

앞서 SBS는 2일 익명의 해수부 공무원의 발언을 인용해 해수부가 정권 창출 전 세월호를 인양해 문 후보에 유리한 사회 분위기를 형성, 문 후보가 약속한 수산 분야 제2차관 신설, 해양경찰 편입 부처 숙원을 이루려 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솔직히 말해서 이거(세월호 인양)는 문재인 후보에게 갖다 바치는 거거든요"라며 "정권 창출되기 전에 문재인 후보한테 갖다 바치면서 문 후보가 약속했던 해수부 제2차관…"이라는 한 해수부 공무원의 발언을 익명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방송 직후 양측은 보도의 진위를 두고 1라운드 대결을 펼쳤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세월호의 슬픔을 철저하게 자기 선거에 이용하는 문 후보에게 국민을 위한 대통령을 기대할 수 없다. 일말의 양심이 있으면 지금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국회 청문회, 국정조사 등을 언급하며 공세에 나섰다.

▲ SBS 항의 방문한 송영길 문재인 캠프 선대총괄본부장
문 후보 측은 보도를 '가짜 뉴스'로 규정하며, SBS와 해당 공무원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광온 공보단장은 논평에서 "문 후보는 세월호 참사 당시부터 유가족과 희생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며 "문 후보와 민주당 선대위는 해수부 2차관 신설을 약속 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이후 SBS는 3일 오전 "기사의 원래 취지는 정치권 상황에 따라 변화해온 해수부를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었으나 보도 내용에 충실히 의도를 담지 못해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한다"며 해당 기사를 삭제했다. 이에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이를 '언론 통제'로 규정하며 논란은 2라운드로 번졌다.

홍준표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모님 상도 3년이면 탈상하는데 문 후보는 아직도 세월호 뺏지 달고 억울하게 죽은 학생들을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며 "문 측에서 해수부 제2차관을 만들어 주고 조직을 키워 준다는 것을 조건으로 세월호 인양 시점을 늦추어 문이 제일 유리한 시점에 인양토록 했다는 SBS 보도는 가히 충격적인 조작"이라고 강조했다.

홍 후보는 "또 그것을 압력 받아 기사를 바로 내려버린 SBS도 정상적인 언론이 아니다. 집권하면 철저히 조사해서 응징할 것"이라며 "문 후보가 탄핵 직후 팽목항을 찾아가서 '애들아 고맙다'라고 말한 뜻을 국민이 이제야 알았다"고 주장했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공보단장은 이날 논평에서 "검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는 물론이고, 특별검사를 도입해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겸 상임선대위원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후보 측에서 고발을 운운하고, 결국 기사가 삭제됐다"며 "벌써 진실을 감추고 반대자에 대한 보복과 언론 통제로 맞서려 한다면 나중엔 어떨지 끔찍하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유은혜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민의당은 자유한국당과 문재인 죽이기를 위한 야합을 중단하라"고 일갈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부패 기득권 연대를 하려면 좀 더 당당하게 하시길 바란다"며 "비열한 정치공작은 국민에게 통하지 않는다. 양당은 SNS상에서 벌이고 있는 '가짜 뉴스' 유포 합동 작전도 즉각 중단하시길 바란다"고 비꼬았다.

논란은 국민의당이 오거돈 부산상임선대위원장의 '해양수산부 기능을 획기적으로 보강하겠다'는 내용의 연설을 한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3라운드로 번졌다.

국민의당이 공개한 동영상에 따르면 오 위원장은 지난달 17일 부산일보사에서 열린 '차기정부의 해양수산기후부 신설과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정책토론회'에 참석해 "후보와 중앙위 정책팀에서 움직이는 것으로 볼 적에 해양수산부 기능을 획기적으로 보강하겠다고 이미 몇 번에 걸쳐서 약속을 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산 관련 차관을 신설하는 문제도 진행 단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김유정 국민의당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은 '해수부 2차관 신설을 약속하지 않았다'고 했다"며 "민주당과 문 후보는 오 위원장의 이 발언 또한 가짜뉴스라고 종주먹을 들이댈 것인지 묻는다"고 공세를 취했다.

반면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세월호의 본 인양 작업이 시작 된 것은 3월22일이고, 육상 거치 작업이 마무리 된 날짜는 4월11일"이라며 "국민의당이 공개한 4월 17일 녹화된 영상은 세월호가 인양 되고 난 이후"라고 반박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오 위원장은 개인적 견해를 토론회에서 밝혔다. 국민의당은 이를 세월호와 엮어서 짜맞추기식 정치 공작을 펼치고 있다. 이런 정치 공작이 안 후보가 입이 닳도록 외친 '새정치' 민낯이냐"고 꼬집었다. 그는 그러면서 해수부 제2차관 신설, 해양경찰청 귀속은 문 후보의 약속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문 후보 측 송영길 총괄본부장, 박주민·손혜원·황희 의원 등은 이날 낮 SBS 본사를 방문해 보도본부장과 국장에게 항의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SBS 보도책임자인 김성준 보도본부장은 “세월호 인양 지연 배경에 해양수산부와 차기 정권과의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보도로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3일 오후 사과문을 발표했다.

'SBS 8 뉴스'의 앵커이기도 한 김 본부장은 사과문에서 “해수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전까지 세월호 인양에 미온적이었으나 정권 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태도를 바꿨다는 의혹에 대해 방송할 계획이었는데 게이트키핑(gate keeping·언론의 가치판단 및 사실확인 절차)이 미흡해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인식될 수 있는 뉴스가 방송됐다”며 “이로 인해 상처받았을 세월호 유가족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시청자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다만 기사를 작성한 기자나 데스크를 비롯, SBS의 어떤 관계자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거나 특정 후보를 폄훼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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