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방송 화면 캡쳐
[김민호 기자]대선이 1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SBS의 세월호 관련 보도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SBS 내부에서 취재원 신뢰도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이하 SBS본부)는 3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노동조합이 해당 기사의 취재 경위와 교정 이력 등을 확인한 결과, 게이트키핑 과정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었음이 파악됐다”고 밝혔다.

SBS본부는 “문제의 기사는 박근혜 정권 내내 시간을 끌던 해수부가 탄핵 국면이 전개되면서 갑자기 인양 작업에 속도를 내는 등 정치권 눈치보기로 일관하는 행태를 비판하기 위해 발제된 것”이라고 밝혔다. SBS본부는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세월호 참사 발생 시점부터 부서 배치에 관계없이 진상 규명과 조속한 선체 인양을 위해 가장 앞장서 노력해 온 조합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음은 5월 2일 SBS 8뉴스‘보도 참사’에 대한 노동조합의 입장이다.

‘권언유착’과 ‘땡박뉴스’의 오명을 뒤집어쓴 채 어두운 터널을 겨우 빠져 나온 지 7개월여. SBS 보도가 다시 거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공정 방송’이라는 목표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던 시점에, 그것도 19대 대통령 선거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벌어진 ‘참사’다.
공정방송 실현을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던 SBS 본부 조합원들은 참담함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SBS는 2017년 5월 2일 8뉴스 <차기 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 기사에서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인양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 눈치를 보며 속도 조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핵심 근거는 해수부 공무원의 발언 녹취였다.

박근혜 정권의 압력으로 해수부가 세월호 인양을 지연했다는 의혹은 이미 故 김영한 민정수석 비망록 등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2일 SBS 기사는 다른 방향의 의혹을 새롭게 제시했다. 그렇다면 이를 확실한 근거를 통해 뒷받침해야 한다는 건 취재의 기본 원칙이다. 또 복수의 취재원을 통해 재차 확인하고 비판의 대상 입장을 확인해 기사에 담았어야 했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해당 기사의 취재 경위와 교정 이력 등을 확인한 결과, 게이트키핑 과정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었음이 파악됐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발생 시점부터 부서 배치에 관계없이 진상 규명과 조속한 선체 인양을 위해 취재의 끈을 놓지 않고 가장 앞장서 노력해 온 언론노조 SBS 본부의 조합원이다. 2일 문제의 기사 역시 박근혜 정권 내내 시간을 끌던 해수부가 탄핵 국면이 전개되면서 갑자기 인양 작업에 속도를 내는 등 정치권 눈치보기로 일관하는 행태를 비판하기 위해 발제된 것이다.

하지만 초고 때 담겼던 박근혜 정권 시절 인양 지연과 눈치 보기를 지적하는 문장과 인터뷰가 데스킹 과정에서 통째로 삭제됐다. 제목도 <’인양 고의 지연 의혹’..다음 달 본격조사>에서 <차기 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라는 자극적인 내용으로 변경됐다. 기사 가운데는 해당 공무원의 음성을 빌어 문재인 대선 후보 측과 해수부가 조직 확대에 관한 약속을 한 것 같은 인상을 주는 대목도 포함됐다.

노동조합의 확인 결과, 해당 취재원은 해수부 소속은 맞으나 세월호 인양 일정수립에 아무런 권한과 책임이 없는 사람이었다.이 취재원이 제공한 정보 신뢰도에 대한 다른 기자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게이트키핑 과정에서 반영되지 못했다.

첫 단추를 잘못 꿰고 나니 모든 게 엉망이 됐다. 문재인 후보 측과 해수부 사이에 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의혹을 제기했으나 신뢰도에 문제가 있는 음성 녹취 말고는 어떤 근거도 기사에 제시되지 않았으며, 문 후보 측의 반론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취재와 기사작성, 교정, 방송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충분한 검증과 균형이 무너지면서 본래의 발제 의도와 상관없이 왜곡된 문제적 기사가 태어나고 만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정치적 외압이나 부적절한 개입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사회적 공기인 지상파 방송에서 당연히 지켜져야 할 기본적 원칙들을 소홀히 하면서 어렵게 재건하고 있는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린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이번 사태를 ‘제2의 보도참사’로 규정한다. 권력의 눈치만 보다 기사를 쓰지 못했던 ‘최순실 국정농단’ 참사에 이어, 취재와 기사 작성의 원칙이 무너진 데서 비롯한 참사다. 노동조합은 편성규약에 따라 긴급 편성 위원회를 소집해 SBS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린 보도본부 책임자들에게 물을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책임을 물을 것이다.

또한 전파의 주인인 시청자 대표까지 참여하는 진상 조사를 통해 도대체 어떤 경위로 이렇게 검증 없고 균형이 무너진 기사가 나가게 됐는지 사태의 전말을 파악하고 만에 하나라도 제기될 수 있는 모든 의혹을 검증해 결과를 국민에게 가감 없이 공개할 것이다.

SBS의 책임있는 주체이자 공정방송의 버팀목이 돼야 할 노동조합도 이처럼 심각한 결함을 안고 있는 기사를 미리 저지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매서운 회초리로 스스로를 돌아볼 것이다.

아울러 정치권에도 당부한다. SBS 구성원들이 스스로 실수와 잘못을 시인하고 철회한 기사를 대선 국면에서 부당한 정치적 공격의 소재로 삼아 더 이상 국민을 호도하지 않기 바란다.

원칙이 무너진 SBS에는 미래가 없다. SBS본부는 조합원들과 함께 결연한 마음으로 공정방송을 실천해갈 것이다.


2017년 5월 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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