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 표심, 인천공항 사전투표소 인산인해
[신소희 기자]제19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전국 3507개 투표소에서 4일 오전 6시를 기해 일제히 시작됐다. 이번 투표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민 분노가 표심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돼 투표율이 어느때 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현직 대통령 파면까지 불러온 국정농단 사태 이후 치러지는 첫 선거인만큼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은 우리 사회가 이번 선거를 계기로 '혁고정신(革故鼎新·묵은 옛 것을 뜯어고치고 새 것을 창조하다)'의 길로 들어서기를 이구동성으로 바랐다.

서울역 3층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는 서울을 벗어나기 전 투표를 마치려는 사람들로 오전 9시께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황금연휴'를 맞아 고향에 내려간다는 이상훈(34·수원 팔달구)씨는 "새 대통령이 국가를 안정적으로 이끌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서울에 도착해 투표소를 찾은 박모(20·여·부산 수영구)씨는 "이번 대선이 나라가 정상화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남 통영으로 여행을 가는 길에 투표를 하러 왔다는 안지훈(34·서울 관악구)씨는 "원래 정치에 무관심했었지만 이번 대통령 탄핵 사건을 보며 반드시 투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시민들도 소중한 한 표를 던졌다.

 
이날 오전 7시께 인천공항 3층 F카운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는 출국 전 투표를 마치려는 인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인천공항 투표소엔 총 12개의 기표소가 마련됐지만 4~5개의 대기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베트남으로 출국한다는 나은정(30·여)씨는 "매번 선거에 투표를 해왔지만 이번 만큼은 내 한표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았다"며 "배낭여행을 떠나는 데 사전투표를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의 투표 열기도 뜨거웠다.

서울 종로구청 3층 종로가족관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는 오전 9시께 이미 유권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종로구에 출근하는 직장인, 종로경찰서 직원, 관광객 등 이곳 저곳에서 찾아온 시민들이 투표소 밖까지 길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인증샷'을 찍는 시민들도 쉽게 발견됐다.

인천에서 종로까지 출근한다는 직장인 함정민(34·여)씨는 "투표당일 못 올 것 같아서 오늘 투표소를 방문했다"며 "국민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종로구청 근처에서 근무하는 박선화(56·여)씨는 "투표일엔 여행을 가게 돼서 오늘 왔다"며 "누가 되든 힘을 모아서 색깔론을 없애고 한 목소리로 정치를 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관광지가 많은 지역 특성상 여행객도 종종 눈에 띄었다.

대구에서 온 박광수(38)씨는 부인, 아이와 함께 투표소를 방문했다.

박씨는 "같은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며 "안정감 있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했다.

 
광주에서 온 박선희(46·여)씨는 "서울 여행 중인데 TV를 보고 사전투표소에 왔다"며 "아직 남아있는 지난 정권의 잔재가 이번 대선을 통해서 완전히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대학생 유권자들은 무엇보다도 취업난이 해소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영등포구 주민센터를 찾은 서울시립대 학생 노현지(20·여)씨는 "요즘 주변을 보면 취업 때문에 걱정이 많다"며 "새 정권이 들어서면 취업 잘 되는 대한민국, '5포·7포 세대'가 없는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기 대선인만큼 후보자 검증 시간이 부족했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신기쁨(20·여·서울 서대문구)씨는 "이번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책임이 크고 무거울텐데 정작 후보자들의 공약에 대해 알아볼 시간이 적었다"며 "언론 기사를 틈틈히 챙겨보면서 누굴 뽑을지 결정했다"고 밝혔다.

청담동 주민센터를 찾은 유모(52·여)씨는 "대선이 급하게 치러지게 돼 안타깝다.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 판단이 제대로 안 선 상태에서 투표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현재 사전투표율은 3.53%로 150만명을 돌파(150만894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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