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 결과, 중도 성향의 30대 신예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8일 당선이 확정됐다.

올해 만 39살인 마크롱은 역대 프랑스 대통령 가운데 최연소로, 프랑스 언론들은 나폴레옹 이후 가장 젊은 정치지도자라고 전하고 있다. 현 정권에서 경제장관을 지낸 마크롱은 유럽연합 잔류와 자유무역 등을 내걸고 1년여 전 창당한 신생 정당 '앙 마르슈'를 기반으로 대권에 도전해 성공했다.

2017년 프랑스 대선은 기성정당의 몰락이란 뼈아픈 결과를 낳았다. 이번 대선을 통해 드러난 유권자들의 정치권에 대한 환멸과 냉소, 비판을 환골탈태의 개혁을 통해 극복하지 못할 경우 프랑스의 기성정당들은 군소정당으로 몰락하거나 아예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릴 수 있는 처지에 직면했다.

집권 사회당과 제1야당 공화당은 이번 대선 과정 내내 창당한지 불과 1년 밖에 되지 않은 중도 성향 신당 '앙 마르슈('전진'이란 뜻)'의 39세 정치 신인 에마뉘엘 마크롱과 극우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이 돌풍을 일으키는 것을 '남의 집 잔치' 바라보듯 하며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사회당은 대선 결선투표를 앞두고 르펜을 저지하기 위해 일단 합심해 마크롱을 밀어주는 했지만, 마크롱이 사회당을 탈당해 새 정당을 만들었듯 앞으로 탈당자가 속출하거나 분당의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극좌 좌파당의 장 뤽 멜랑숑 후보가 1차투표에서 인기몰이를 했다는 사실은 사회당의 입지를 더욱 좁히는 또하나의 요인이기도 하다.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 후보는 1차투표에서 6.36%를 득표하는데 그친 반면 멜랑숑은 19.58%를 득표했다.

 
사회당이 살아남느냐 여부는 오는 6월 11일과 18일에 치러지는 총선에 달려 있다. 사회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6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이념과 정책을 기반으로 총선에 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솔직히 털어놓기까지 했다. 당의 대선 후보였던 아몽의 주장처럼 사회당의 뿌리로 돌아가 보다 좌파적 색채를 강하게 내보여야 할지, 아니면 10%에 달하는 실업률과 1%대 초반의 경제성장률을 극복하기 위해 보다 중도 노선을 취해야할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사회당은 총선에서 군소정당으로 몰락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최근 오피니언웨이의 여론조사에 따르면,현재 의회 다수당인 사회당은 28~42석을 차지하는 '역대 최악'의 성적을 거둘 전망이다. 프랑스 하원 전체 의석은 577석이다.

마크롱이 이끄는 앙 마르슈는 249~286석을 확보하고, 공화당은 200~210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민전선은 15~25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의석이 2석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이는 엄청난 약진이다. 프랑스 하원 원내교섭단체 기준은 최소 15석이다. 국민전선이 창당 이후 처음으로 하원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게 된다는 것은 프랑스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예산지원을 받고, 의회 내에서 보다 강력한 목소리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는 뜻이다.

대선 기간 내내 프랑수아 피용 후보의 스캔들에 시달렸던 제1야당 공화당도 대선 후 개혁 압력에 시달릴 전망이다. 1차 투표에서 피용 득표율은 19.9%였다.

공화당의 총선기획단장인 프랑수아 바루엥은 최근 RTL 라디오의 인터뷰에서 "마크롱이 모호성의 전쟁에서는 승리하겠지만, 투명성의 전쟁에서는 패배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즉, 대선과 달리 총선은 보다 구체적이고 투명한 정책을 놓고 후보들이 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공화당이 유리하다는 것이다.하지만 과연 공화당이 기성정치를 외면한 프랑스 유권자들의 지지를 다시한번 얻을 수있을지는 총선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이날 르펜은 지지자 집회에서 패배를 시인하고 마크롱에게 "거대한 도전들에 맞서 성공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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