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굳은 표정으로 출근하는 김수남
[김홍배 기자]“새로 수사할 수는 없지만 완전히 새로운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검찰이 수사할 것이다. 100명이나 되던 전임 민정수석팀이 왜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검찰은 왜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는지 확인해 볼 것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정윤회 문건' 사건에 대한 재조사 방침을 밝히면서 박근혜 정권 시절 핵심 실세 '문고리 3인방'과 전현직 검찰 수뇌부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문고리 3인방'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던 안봉근(50)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50) 전 총무비서관, 정호성(47) 전 부속비서관을 지칭하는 말이다. 구속기소된 정 전 비서관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 수사의 칼날을 피했다.

 '정윤회 문건' 사건은 물밑에 있던 비선실세의 실체가 처음으로 공개된 사건이다. 박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이었을 때 비서실장(선임보좌관)을 맡았던 정윤회씨가 공식직함을 맡지 않은 이후에도 국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왔다는 문건이 보도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세계일보가 첫 보도한 이 문건에는 '비선실세 정씨가 이재만 비서관 등 청와대 실세 비서관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인사 방향 등에 간여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한 재조사를 벌인다면 이재만 비서관과 안봉근 비서관도 다시 수사 선상에 오르는 게 불가피하다.

안 전 비서관은 최씨가 박 대통령의 순방일정을 미리 입수하고 의상을 제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시기 제2부속비서관으로 근무했다. 최씨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진 이영선·윤전추 행정관이 제2부속실 소속이다. 안 전 비서관도 최씨의 국정농단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인 셈이다.

이 전 비서관은 청와대 문서 보안을 책임지는 총무비서관으로 근무했던 만큼 대통령 연설문 사전 유출 과정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장·차관 및 공공기관장 인사를 결정하는 청와대 인사위원회에 참석하는 등 인사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검찰과 특검의 수사를 비껴갔다. 이들의 업무와 국정농단 사건이 직접적인 연관이 적어 뚜렷한 혐의점을 찾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회 문건' 사건이 전면 재조사된다면 이들의 권력남용과 국정농단 방조 등이 재조명될 전망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 전반에 걸친 비선실세의 활동과 권력남용, 청와대의 의사결정 구조가 낱낱이 조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윤회 문건'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 내부도 타깃이 될 수 있다. 이 사건이 불거지자 당시 청와대는 비선실세의 실체라는 본질이 아니라 '문건 유출 경위'에 포커스를 맞춰 강경하게 대응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은 "찌라시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며 검찰에 강도 높은 수사를 주문하고 나섰다.

그러자 검찰은 '문건 유출'의 경위에 대해 빠르고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다. 청와대 요구대로 수사 초점 역시 비선실세 진위 여부가 아니라 누가 무슨 이유로 문건을 유출했느냐였다.

철저하게 '청와대 하명'대로 수사를 벌인 것이다. 결국 검찰은 2014년 1월5일 "대통령 기록물 반출로 국가적 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며 조응천 전 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을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그러나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은 1, 2심에서 잇따라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를 두고 이창재 법무부 차관도 지난해 11월30일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정윤회 문건 유출) 수사 결과에 국민들이 아쉬운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결국 '정윤회 문건' 사건의 재조사 포인트는 청와대의 '하명수사'가 있었는지,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떤 내용의 수사 지시가 내려왔으며 검찰 수뇌부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수사는 최근 사의를 표명한 김수남 전 검찰총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유상범 창원지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 임관혁 부산지검 특수부장(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이 맡았다.

실제 청와대의 특정한 수사 지시가 있었고 검찰 수뇌부가 이를 그대로 따른 사실이 드러난다면 검찰 신뢰도에 치명상이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새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 개혁의 명분에 더욱 힘이 실리면서 검찰은 격랑에 휩싸일 게 분명해 보인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3년이나 지난 사건이고 그동안 검찰과 특검이 수사했던 내용이라 재조사가 잘 될지는 미지수지만, 검찰 입장에서는 굉장히 아픈 재조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검사장을 지낸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정윤회 사건 때 제대로 검찰이 파헤쳤으면 국정 농단이 지금처럼 심각한 수준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깨끗하게 정리하고 가는 게 검찰을 위해서라도 좋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자유한국당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정윤회 문건' 사건에 대한 전방위적 재조사를 예고한데 대해 "통합이 아니라 갈등과 분열로 대한민국을 이끄는 어리석인 결정일까 걱정된다"며 재고를 촉구했다.

정준길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조 수석이 청와대 발 적폐청산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검찰에 특정한 건의 수사를 지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발 물러서면서 '정윤회 문건파동' 사건을 끄집어냈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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