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서하는 문재인 대통령
[이미영 기자]"‘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국 직원들이 삼성 등 주요 대기업의 부당행위를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꼼수가 드러난 재벌들은 지난 정부보다 2~3배 무거워진 과징금을 받게 되고, 혹 소비자에게 피해를 미쳤다면 회사가 흔들릴 만큼 손해배상까지 각오해야 한다. 꼼수로 자녀들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것도 쉽지 않게 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상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후보 당시, 공정위의 조사역량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재벌 조사를 전담하는 '조사국' 부활도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사에서 "정경유착이라는 낱말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며 강력한 재벌개혁을 예고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유세 기간에도 여러 차례 재벌의 불법경영승계, 황제경영, 부당특혜 근절을 공언했다. 불공정한 갑질과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서도 변화를 약속했다.

문 대통령이 공약집에 내건 재벌개혁 정책들만 30여건에 달하는만큼 강력한 재벌 개혁의 선봉은 공정위가 나설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조사권한 확대, 조사활동 방해에 대한 처벌 강화로 맞대응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대기업 전담부서 확대를 언급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 시절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 조사를 전담했던 조사국과 같은 조직을 부활하겠다는 것이다.

김상조 새로운 대한민국위원회 부위원장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 당시에는 재벌의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 규제를 위한 조사국이 있었는데 지금은 1개 과로 축소됐다"며 "이 때문에 2013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새로 도입됐지만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1996년에 출범한 조사국은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매년 두 자릿수의 부당 내부거래를 적발했다. 50명에 달하는 조사인력을 투입해 네 차례에 걸쳐 당시 5대 그룹인 현대·삼성·대우·LG·SK를 집중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수십억대 과징금을 부과하는 대형 사건의 조사에 5명 안팎의 인력이 투입된 것에 비하면 대규모 조사라고 볼 수 있다.

조사국 신설을 위해서는 공정위 조직의 확대 개편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공정위는 3885건의 사건을 처리했다. 전년에 비해 약 10% 줄어든 수치지만 한정된 조사인력으로 4000건에 달한는 사건을 처리한 만큼 담합 사건의 경우 평균 처리기간이 3년이나 걸렸다.

공정위 내부에서도 조직 확대 개편 없는 조사국 신설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결국 한정된 조사인력을 이동시키는 것에 불과할 경우 업무 과부하 현상만 지속된다는 이유에서다.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했던 대기업 감시 전담 조직 신설이 무산되면서 조사국 신설이 현실화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반신반의 하고 있다. 당시, 공정위는 대기업 감시 전담 조직 신설을 추진했지만 재계의 거센 반발과 부처 간 이견으로 인력을 소폭 보강하는 차원으로 마무리했다.

조성국 중앙대 교수는 "시장감시국은 정책과 제도개발 등도 병행하기 때문에 조사에 전담할 수 없지만 조사국이 신설되면 대기업 부당내부거래에 대해 집중적으로 감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범 정부 차원에서 구성되는 을지로 위원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가맹사업, 대규모유통업, 대리점업 등 고질적인 갑을관계 분야에서 각종 불공정행위와 갑질 근절을 이유로 을지로위원회 출범을 약속했다.

구체적인 역할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을지로 위원회가 공정위,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중소기업벤처기업부 등 범 정부 차원으로 구성되는 만큼 업무 영역이 상당부분 겹쳐 공정위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그런만큼 야당과의 협치가 필요하다. 여당과 제1야당의 의견이 같다면 법 개정에 탄력을 받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수의 다른 야당들과 의견 일치를 봐야 한다.

대선에서 각 당이 밝힌 입장을 보면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나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은 국회에서의 합의를 기대해볼 수 있다. 반면 금산분리 강화 문제의 경우 각 당의 의견이 달라 다시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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