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3~4월 피의자 신문서 진술한 내용이 공개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이 4월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서울구치소 방문 조사에서 삼성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추궁당하자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더럽게 만듭니까”라며 역정을 낸 사실이 확인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 내내 뇌물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일관되게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정유라 말 지원과 관련해 “제가 정치생활을 하는 동안 대가 관계로 뭘 주고받고 그런 일을 한 적이 없고 할 수도 없는 더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나라를 위해 밤잠을 설쳐 가면서 기업들이 밖에서 나가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게 하고 국내에서는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까 그렇게 고민을 하고 3년 반을 고생을 고생인지 모르고 살았는데, 제가 그 더러운 돈 받겠다고…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더럽게 만듭니까!”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의 미르재단 출연에 대해선 “만약 뇌물을 받는다면 제가 쓸 수 있게 몰래 받지, 모든 국민이 다 아는 공익재단을 만들어서 출연을 받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삼성에서 저에게 무엇을 해달라는 말이 없었고, 저도 해줄 게 없었는데 어떻게 뇌물이 된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어 “최 씨가 국민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을 가다듬는 데 감각이 있어서 그런 일들에 대해 도움을 조금 받았다”고 밝혔다. 

최순실 씨에게 연설문 수정을 맡긴 건 최씨가 말을 가다듬고 쉽게 이해시키는 감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믿었던 최씨가 자신을 속이고 일을 벌였다며 참담함과 배신감을 토로했다.

최씨와 경제공동체라는 의혹을 두고도 선을 그었다. 최씨에게 의상비와 진료비를 받을 이유도 없고 개인 비용으로 모두 냈다며, 삼성동 집을 살 때도 최씨 어머니 임선이씨가 잔금을 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 외 정유라씨 승마 지원, 동계스포츠센터 지원, 문체부 블랙리스트 작성 경위도 모두 모르는 일이라고 진술했다.

한편 19일 최 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과거 자신의 측근이었던 전 더블루케이 이사 고영태 씨(41·구속 기소)가 윤석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과 국정농단 폭로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고영태 녹음 파일’을 근거로 고 씨와 대화를 나눈 지인이 검사에게 상의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최 씨의 변호인이 “녹음 파일에 나오는 검사가 누구냐”고 묻자 최 씨는 “윤석열 씨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검찰 측이 이의를 제기하자 재판부는 “적절하지 않다”고 제지했고, 최 씨는 “제가 들은 바가 있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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