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국민의당이 당의 존립기반인 호남에서 날개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21일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국민의당은 세번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준비 중인 가운데 '문재인 쇼크'에서 벗어나 재건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지, 위기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지 기로에 섰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선에서 안철수 당 후보의 득표율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절반에 그친데 이어 대선 후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 5%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갤럽이 지난 19일 발표한 5월 셋째주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 22%)에 따르면, 호남지역 정당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이 71%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5·9 대선 당 주자였던 문재인 후보가 호남에서 수확한 득표율 61.4%보다도 10%포인트나 높다.

반면 '호남 1당'을 자부해온 국민의당은 5%로 정의당(6%)에도 뒤졌고, 바른정당 지지율(4%)과도 비슷하다. 국민의당의 호남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그친 건 창당 후 이번이 처음이다.

대선 직후인 10∼12일 실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 응답률 7.8%)에서도 국민의당은 14.5%로 민주당 지지율의 4분의 1에 그치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새 정부 출범 후 호남 인사 중용과 개혁적·파격적 행보로 호남 인사 홀대론과 소위 '반문(反文·반문재인) 정서'가 상당 부분 해소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중용된 호남 인사로는 국무총리(이낙연, 전남 영광), 비서실장(임종석, 전남 장흥),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겸 정책특보(이용섭, 전남 함평), 국민소통수석(윤영찬, 전주) 등이다.

여기에 호남 출신으로는 11년 만에 검찰 '빅2' 중 한 명인 법무부 검찰국장에 광주 출신 박균택 대검 형사부장이 임명되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전북 고창 출신 김이수 재판관을 지명한 점도 호남 환대로 받아들여지며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지역구 국회의원 광주 8석 모두를 포함, 호남 28석 중 23석을 점유하며 '호남 맹주'를 자임해온 국민의당은 충격에 빠졌다.

국민의당 소속 한 광역의원은 "이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자가 과연 몇명이나 될 지 걱정이고, 당이 일일이 출마를 권유해야 할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고 고개를 저었다.

2015년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호남 지지율이 5%에 그칠 당시 "지역민들이 문 대표는 물론 당도 버렸다"며 자괴감에 빠졌던 호남의원들로선 이제 국민의당의 생존을 놓고 깊은 고민에 깊은 빠질 수 밖에 없게 됐다.

김동철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광주지역 기자간담회를 통해 "당의 기반인 호남에서 선택받지 못했다. 모든 게 저희들의 역량 부족 때문"이라고 자성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이 가고자 했던 변화, 미래, 혁신의 가치는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고 많은 분들이 공감했지만 막판에 보수층 결집을 보고서는 이번에는 '정권교체가 먼저'라는 생각에 잠시 보류시켜 주신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이어 "격랑이 몰아칠 때 비로소 훌륭한 선원을 알아볼 수 있다. 다시 일어서겠다"고 밝혀 국민의당이 곤두박칠 친 지지율을 딛고 재기할 지,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주저앉을 지 지역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