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21일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 특보를 지명했다.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외교부 장관이다. 

이날 인사 발표 이후 조현옥 인사수석과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질의응답시간이 있었다. 이때 조 인사수석이 먼저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의 결격사유 2가지를 먼저 설명(?)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조 수석은 기자들에게 “검증과정에서 1984년 강 후보자의 미국 유학 중에 태어난 장녀가 이중국적자이며, 한국 국적을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 “(딸) 본인이 다시 한국 국적을 취득하겠다고 저희와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결격사유로 장녀의 위장전입 문제에 관해 말했다. 조현옥 수석은 “장녀가 미국 고등학교에서 한국 이화여고로 전학했는데 친척집으로 위장전입을 했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런 문제가 있는데도 강 후보자를 지명한 이유는 후보자의 외교 역량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고 현재 상황에서 가장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기간 동안 병역면탈·부동산투기·세금탈루·위장전입·논문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 공직에서 원천 배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조현옥 수석은 "국적 문제와 위장전입은 작은 문제는 아니고 저희도 엄중하게 받아들여 오랫동안 이 문제 대해서 논의했다. 청문회에서 자세하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기본적인 기조는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이 깊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3대 유엔총장 모두 반한 실력파

이날 중앙일보는 외교가에 강경화라는 이름이 알려진 것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과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의 통화를 통역하면서부터였다고 전했다. 뛰어난 영어실력과 세련된 매너 등을 인정받아 김 대통령의 영어통역사로 발탁됐다. 
 
1998년에는 외교통상부 국제전문가로 특채된 뒤 장관 보좌관을 지냈다. 2001년부터 유엔대표부에서 공사참사관으로서 인권·사회 업무를 맡았고, 2003년부터 2년 동안 유엔본부 여성지위위원회 의장으로 일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7월 그는 외교통상부 국제기구정책관으로 임명됐다. 외무고시 출신이 아닌 여성이 외교부 본부에서 국장을 맡은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2006년 9월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UNHCR) 부고등판무관에 임명됐다. 부고등판무관은 유엔에서 사무차장보 직급에 해당된다. 한국 여성으로 유엔 최고위직에 오른 것이었다. 

흔히 강 후보자가 이 때 반기문 사무총장의 덕을 봤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당시는 반기문 사무총장 당선이 확정되기 전이었다. 유엔 고위직에 그를 발탁한 것은 반 총장이 아니라 코피 아난 사무총장이었다고 한다. 당시 사정에 밝은 정부 소식통은 “아난 총장이 강 후보자의 여성지위위원회 의장직 수행 등 유엔에서의 활동을 눈여겨보다 꼭 필요한 인재라고 판단, 당시 반기문 장관에게 조르다시피 하며 보내달라고 해서 발탁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후 그는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 사무차장보 겸 긴급구호 부조정관 등을 지내며 인권, 여성 지위, 인도주의 문제 등을 맡으며 유엔의 핵심에서 일해왔다. 반기문 총장의 임기가 끝났을 때 강 후보자도 은퇴할 것이라고는 전망이 많았지만, 안토니우 구테흐스 신임 총장이 그를 인수팀장으로 깜짝 발탁했다.

유엔 소식통은 “동양적인 겸손함과 서양적인 실용성을 모두 갖췄다는 것이 강 후보자에 대한 평판이었고 신임 총장도 그 점을 높게 평가했다. 코피 아난-반기문-안토니우 구테흐스까지 3대 사무총장에게 모두 중용된 인사는 강 후보자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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