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
[이미영 기자]문재인 정권에서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상조 후보자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규제하는 방안(일감몰아주기)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일부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24일 재계·공정위에 따르면 김 내정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 유세기간 동안 재벌 개혁을 위해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방안을 가장 먼저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3월부터 자산 5조원 이상으로 분류되는 총수가 있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일감 몰아주기 행위에 대한 실태를 점검하기도 했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대기업은 현행법상 총수일가의 지분이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인 회사다.

재계에서는 김 내정자가 공정위원장으로 공식 행보를 펼치는 시기와 공정위 조사가 마무리되는 시기가 엇비슷하게 맞아떨어질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김 내정자가 공식 취임하면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근절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관측도 이 때문에 나오고 있다.

또 김 내정자는 재벌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위 조사국을 12년만에 부활시켜 대기업 총수 일가가 세운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행태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내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현행법에 저촉되거나 일감몰아주기 방안이 강화될 경우 위반대상이 될 수 있는 회사들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대표적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으로 속해 있는 글로비스, 이노션 등의 계열사는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각각 30%, 29.99%에 달한다.

특히 글로비스와 이노션은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이 각각 70.40%, 79.90%로 10조8151억원, 1조19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규제대상이 된다고 계열사 간 거래를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간 거래액 200억 원 미만, 거래 상대방 매출의 12% 미만'이라고 명시된 요건을 맞춰야 한다.

또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총수일가 지분 기준 현행 30%에서 20%로 낮출 경우 결국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에 총수 지분 상당수는 매각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

GS그룹도 도마에 오를 수 있다.

GS그룹의 경우 GS그룹 3·4세가 지분을 가진 옥산유통, GS아이티엠 등이 대상이다. 옥산유통은 허광수 회장이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GS아이티엠은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이들 기업들은 GS 그룹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각각 615억원, 136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외에도 SK 에이앤티에스, 한화S&C, CJ파워캐스트, CJ올리브네트웍스 등도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아 공정위의 조사 결과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계열사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것은 기업 활동으로 볼 수 있지만 총수 일가가 높은 지분율을 통해 이득을 보는 것은 개선돼야 한다"며 "문 정부가 재벌 기업을 때리기에 앞서 자구노력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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