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노량진이 설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경찰 채용 확대가 급물살을 타면서 경찰공무원 준비생과 관련 학원이 모여 있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 일대가 술렁인다.

지난 22일 이철성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경찰공무원 채용인원을 늘릴 방침이라고 밝힌 것. 이 자리에서 1617명을 뽑기로 했던 기존 계획을 배 가까이 늘려 3117명을 모집할 예정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해만 아니라 향후 몇 년간 경찰공무원 채용을 늘린다는 것이다. 새 정부가 의무경찰제도를 폐지하고 이 자리를 정규 경찰로 충원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 청장은 의경 공백을 대체할 정규 경찰관이 1만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공무원 준비생과 학원들은 예상보다 빨리 공약이 현실화됐다며 반겼다. 경쟁률이 높아지던 중 가뭄에 단비라는 반응이다. 올 상반기 경찰채용 경쟁률은 46.3대 1이었다. 1221명 정원에 지원자 5만3301명이 몰렸다. 경쟁률이 39.4대 1이었던 지난해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

25일 국민일보는 노량진의 한 경찰고시학원에서 2년째 시험을 준비 중인 권용남(27)씨는 “공약이긴 했어도 당장 채용을 늘릴까 긴가민가했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기회가 와서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그는 “경쟁률이 크게 낮아지진 않겠지만 필기 합격은 좀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대학 휴학 후 1년째 노량진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이창민(26)씨도 상기된 모습이었다. 이씨는 “문 대통령 공약을 보고 ‘선거기간이니까 저렇게 말하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구체적인 대책이 나올지 몰랐다”며 “많이 뽑을 때 열심히 공부해서 얼른 합격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의욕을 나타냈다. 2014년 하반기부터 수험생활에 뛰어든 김훈(26)씨는 ‘갓(GOD)재인’이라고 문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김씨는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 중”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관련 학원들도 들떠 있다. 노량진탑 경찰고시학원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문의전화가 10∼15% 더 들어오고 있다”며 “경찰 인원을 늘리면 학원 입장에서는 무조건 좋은 일 아니겠느냐”고 했다. 노량진 GWP경찰학원 관계자는 “공약을 보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구체화될 거란 예측은 못했다”며 “경찰 규모 확대는 학원 입장에서는 확실히 호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상담 문의도 더 많이 들어오고 있고, 학생들이 이번 이 청장의 발표로 상기돼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고시학원 관계자는 “인원을 급속히 늘리는 정책에 걱정도 된다”며 “경찰이 되기에 인성과 자질이 부족한 사람이 시험만 통과해 경찰이 된다면 사회적 손실”이라고 우려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규모를 확대하기에 앞서 경찰에 적합한 인물을 뽑을 수 있도록 선발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냥 기뻐하지 못하는 수험생들도 있다. 바로 ‘여경’ 준비생들이다. 1년반째 수험생활을 하고 있는 김지안(26·여)씨와 고경희(27·여)씨는 “여경은 모집인원이 남경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쳐 크게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여경 경쟁률은 117대 1이었다. 121명 모집에 1만4161명이 응시했다. 남자 수험생 경쟁률의 3배가 넘는다. 김씨와 고씨는 “박근혜정부 때도 경찰 채용을 늘린다고 해서 준비생들이 대거 몰렸지만 1∼2년 만에 예산 등의 문제로 다시 줄었다”며 올해만 반짝 문을 확대하고 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했다.

박근혜정부는 2013년 공공부문 일자리를 확대하겠다며 전년 1612명이었던 경찰 채용 인원을 4695명으로 대폭 늘렸지만 지난해에는 3126명으로 다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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