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 소득과 복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인 J노믹스를 추진할 김동연 경제 사령탑의 인사 청문회 날짜가 확정됐다. 청문회에서는 사적 검증보다는 정책 위주의 질문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계 및 관가의 추론이다.

김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사령탑을 맡을 인물인 만큼 현 정부의 경제 철학과도 부합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그의 신념과 삶의 이야기가 담긴 최근 저서가 가늠자가 될 수 있다.

28일 국회와 관가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위원회는 다음달 7일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자산은 21억5000만 원이다. 김 후보자 부부는 예금 7억4460만 원과 2억8900만 원을 각각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건 10억 원대 예금 자산을 가진 김 후보자 부부가 어머니에게 차용증을 쓰고 돈을 빌린 대목이다.

김 후보자의 부인 정모 씨는 시어머니 최모 씨로부터 지난해 9월과 10월 각각 8000만 원, 5000만 원을 빌리는 차용증을 썼다. 김 후보자도 올해 2월 어머니 최 씨에게 4028만 원을 빌리는 차용증을 썼다. 김 후보자 측은 “임대보증금 반환 등에 현금이 필요했는데, 정기예금과 양도성예금증서(CD)가 많아 현금화하기 어려워 어머니에게 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 재산 중 CD는 총 3억5200만 원이었고, 한화생명보험 연금 1억2700만 원은 2015년 10월 만기가 된 것으로 재산 명세에 기재됐다.

한편 차용증 3장에는 최 씨의 주민번호 앞부분 끝자리가 모두 ‘3’으로 적혀 있다. 하지만 최 씨의 실제 주민등록번호 앞부분의 끝자리는 ‘4’다. 김 후보자 측은 “단순한 오타”라고 해명했다. 

재산공개 의무가 있는 고위공직자였던 만큼 재산 형성 과정이 비교적 투명하게 드러난데다 본인과 아들의 병역도 문제가 없어 신변잡기식 도덕성 검증보다는 정책 관련 질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함께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색깔을 뚜렷하게 보여줄 직책이라는 점에서 이미 김 후보자의 철학을 담은 저서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일그러진 사회보상체계 반성해야

 김 후보자는 이달 초 자신의 저서 '있는 자리 흩트리기'를 발간했다. 가난을 극복하고 성공한 관료로서 살아온 경험과 개인적 아픔, 삶에서 던졌던 질문들을 우리 사회와 청년들에게 건네기 위한 책이다.

김 후보자는 '사회보상체계'와 '거버넌스'라는 두 가지의 굵직한 화두를 던졌다.

그는 "이제까지 없던 새로운 산업의 혁명을 이끄는 것은 결국 '사람'과 '투자'"라며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에 의해 혁신이 이뤄지고 혁신이 변화를 만들어내는데 이 흐름을 결정하는 것이 사회보상체계"라고 설명했다. 언뜻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사람 중심 경제'와도 통하는 대목이다.

사회보상체계가 합리적인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다. 초과이윤이 과도하게 발생하는지, 경쟁의 결과를 승자가 독식하는지, 기득권과 보이지 않는 카르텔이 형성돼 자신의 이익을 끊임없이 확대재생산하는지 여부 등이다.

김 후보자는 "독과점 대기업의 성(城)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더 큰 보상이 가고 시험 한 번 붙은 것으로 '철밥통'이 된다"며 "반면 성 밖에서는 피 튀기는 경쟁과 저임금,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린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 규제나 기득권이 만든 진입장벽들로 사람과 돈의 흐름이 왜곡된다"며 "사회가 만든 일그러진 보상체계가 청년들을 얼마나 엉뚱한 길로 가게 만드는지 다같이 반성해야 한다"고도 했다.

30년 넘게 엘리트 관료 생활을 해 왔지만 시민단체에서 재벌 중심 한국 경제를 비판해 온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상조 후보자의 지론과도 맥이 닿는 부분이다.

이들의 삼두마차가 강력한 개혁 의지를 통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기울어진 사회구조 바로잡아야

 그는 최근 다수 대중이 분노하는 공통적인 이유는 바로 기울어진 사회구조에 있다고 짚었다.

사회의 주요 의사결정이 소수의 정치인과 고위 관료, 경제적 강자들에 의해 하향식으로 이뤄져 온 거버넌스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승자가 독식하는 경쟁판, 가진 자들만의 리그, 넘볼 수 없는 기득권 카르텔, 부와 사회적 지위의 대물림, 점점 심해지는 양극화처럼 불평등의 정도가 점점 커져 불공정의 문제로까지 확산되면 많은 사람들이 경쟁의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사회갈등과 불만이 쌓이게 된다"고 우려했다.

김 후보자는 "지금까지 거버넌스 구조에서 빠져 있던 아래로부터의 반란이 필요하다"며 "청년, 자영업자, 중소기업인, 농민, 학부모 등이 정책의 결정과정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거버넌스를 바꾸는 과정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거버넌스를 의미하는 기업지배구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구체적으로는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사외이사제도, 제대로 된 주주소송제도의 도입 등을 들었다.

◇정책에 '사회적 자본' 최초 도입

 김 후보자는 사회적 자본이라는 개념을 정책에 처음으로 도입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사회 구성원들이 공동의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데 필요한 신뢰와 협력, 투명성 등을 의미한다.

그는 "국장 때 국가의 장기발전전략을 만드는 비전2030보고서의 실무 책임을 맡았다"며 "국가가 나아갈 비전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다섯 가지 핵심전략을 제시했는데 그 중 하나로 사회적 자본이란 개념을 처음으로 넣었다"고 책에 밝혔다.

2006년 발표된 비전2030에는 '선(先) 성장, 후(後) 복지'의 기존 패러다임으로는 성장 자체가 한계에 봉착할 뿐 아니라 분배 개선도 곤란하다는 문제의식이 담겨있다.

동전의 양면관계인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동반 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투자의 중점을 기존의 물적 자본이 아니라 인적·사회적 자본에 둬야 한다고 제시했다.

정권 교체 후 사장됐던 이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 들어 11년 전의 이 보고서는 다시 두루 읽히고 있다. 관가에서는 현 정부가 폐기된 이 비전의 단점을 보완하고 다시 계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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