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덴마크 코펜하겐공항 도착한 정유라
[김홍배 기자]덴마크 법원의 한국 송환 결정에 반발해 소송을 이어오다 돌연 귀국 의사를 밝힌 최순실(61)씨 딸 정유라(21)씨가 31일 오후 덴마크 현지 경찰에 체포된 지 150여일만에 국내로 들어온다. 과연 정유라는 무슨 말을 할까? 국민의 이목이 쏠려 있다.

검찰 일각에서는 정씨가 솔직한 성격이어서 자신이 관련돼 있는 삼성의 ‘승마지원’ 등에 대해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던 진술 등을 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씨가 수사과정에서 별다른 생각없이 하는 얘기들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판에서 검찰 측 혐의 입증을 뒷받침할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지금까지 입국을 거부하며 외국에 체류하던 정씨가 사실상 자진해서 귀국을 선택했다는 점에 비춰 정씨가 준비된 상태로 입국을 선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시각도 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된 상태고 정씨는 뇌물범죄의 수익자일뿐 직접 뇌물수수 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점 등에 비춰 정씨 귀국이 향후 관련 재판에 큰 변수로 작용할 개연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씨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봤던 노승일 전 K스포츠 부장은 정씨가 비교적 솔직한 성격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는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정씨의 발언에 따라 최순실씨와 박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교류 관계 등 지금까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관계가 추가적으로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또 정씨가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려 경험이 적고 법률 지식이 많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생각 없이 사실상 범죄혐의를 ‘자백’하는 것과 같은 발언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 고위직 출신의 한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도 박 전 대통령이 대국민담화 과정에서 직접 자신의 입으로 밝혔다”며 “이와 마찬가지로 정씨도 별다른 생각 없이 죄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범죄 혐의나 관련자들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결정적 진술을 쏟아 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씨가 이미 진행되고 있는 국정농단 사건 재판과 관련해서는 재판의 본질적인 내용을 달라지게 할 정도로 주요한 인물은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사실상 모두 마무리 된 상태라는 점과 정씨가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등의 범죄혐의인 뇌물 등에 직접 가담해 범죄행위를 실행하거나 분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정씨는 덴마크에 구금됐던 당시부터 일관되게 “모든 것을 엄마가 다 했다” “나는 알지 못한다”며 자신의 범죄혐의 등을 전면 부인했다.

▲ 한국 송환 길에 오른 최순실씨 딸 정유라 씨가 30일 오후(현지시각) 덴마크 코펜하겐 국제공항에서 암스테르담 공항으로 이동하기 위해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다.
◇ ‘준비된 귀국’ 가능성 높아 … 사전 법률 조언 받았을 것

법조계 인사들은 정씨가 한국 송환을 거부하며 덴마크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항소를 했다가 급격히 태도를 변경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뉴스1>이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정씨의 갑작스러운 귀국 결정이 정씨의 독자적 판단에 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법조계 인사들은 정씨의 어머니 최씨 등이 이제는 정씨를 귀국시켜도 되는 상황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검찰 수사 등에 대비해 소위 ‘사전교육’을 마쳤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정씨가 덴마크 법원 결정을 뒤집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데다가 덴마크 법원에서의 구금기간은 우리나라의 구속기간에 산입되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고려의 대상으로 삼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미 정씨에 대해 유효기간이 2023년인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둔 상태다. 정씨가 계속해서 덴마크에 체류하려 해도 덴마크 사법제도상 이의제기 절차가 끝나면 국내로 강제 송환된다. 2023년 이전에 덴마크에서 불복절차가 종료될 개연성이 높다. 정씨의 입국결정은 현 상황을 타계할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씨가 국내에 입국하면 검찰은 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해외에서 귀국을 거부했던 전력이 있고 최씨의 범죄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를 인멸한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만일 법원이 정씨의 구속 필요성을 인정해 정씨를 구속한다 해도 정씨가 받고 있는 혐의에 비춰 구속시한인 6개월 내에 재판을 마치고 석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덴마크에서 기약 없는 구금생활을 계속하는 것보다 국내 입국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정씨가 한국행을 선택한 것은 법적 자문 끝에 현재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만으로는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섰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정씨가 입국했다면 정씨 역시 강도 높은 수사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관련수사가 사실상 끝난 마당이기 때문에 굳이 밖에(덴마크) 있을 이유가 없어진 셈”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정씨가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미처 대응을 준비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일부 진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씨가 부정입학, 박 전 대통령과 삼성 뇌물 등에 대새허는 ‘모른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아직까지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최순실씨의 ‘자금세탁’ 및 ‘범죄수익 해외 은닉’ 등에는 정씨가 깊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정씨의 입이 큰 역할을 할 부분은 현재 진행중인 재판보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죄씨 등의 추가 범죄혐의, 그리고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교류 내용 등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경우 최씨와 박 전 대통령 등에 대한 검찰의 추가 기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한국에 도착한 이후 정씨 호송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 호송팀이 맡는다.

입국 이후 호송 과정에서 강제송환된 정씨의 모습이 언론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후 검찰은 정씨를 일반인이 이용하는 입국장이 아닌 별도의 경로를 통해 서울중앙지검으로 호송한다. 일반 입국장을 이용할 경우 안전사고 등 불상사가 발생할 우려 때문에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이후에는 정씨가 압송된 장면을 따로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여러 번 언론에 공개될 경우 제기될 수 있는 인권 문제와 도착 시각 등을 고려해 이 같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전날 "정씨의 주된 조사를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가 맡고 기타 부수적인 수사는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가 담당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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