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배보윤 공보관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기일을 발표하고 있다.
[김홍배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이 방대한 기록과 재판 전략을 검토할 중량감있는 변호사 수혈에 나선 가운데 탄핵심판 당시 헌법재판소 공보관이었던 배보윤 변호사(58·사법연수원 20기)가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에 합류하기 위해 변호인단 측과 접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배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는 것이 위법은 아니지만, 탄핵 결정이 난 헌재 심판의 공보를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부적절한 처신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고 1일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 측은 이날 “배 변호사의 변호인단 합류 여부를 논의 중이며 이번 주말쯤 최종 결론이 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배 변호사의 참여 논의가 어떤 경위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배 전 공보관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 측 제안을 받은 건 맞고 아직 변호인 선임계는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변호사법은 ‘법관, 검사 그 밖의 공무원 직에 있다가 퇴직해 개업한 사람은 퇴직 전 1년간 근무한 법원, 검찰청 등 국가기관이 처리한 사건을 퇴직 후 1년간 수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배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연구관으로 일하다 4월 말 퇴직했기 때문에 헌재 사건은 당분간 수임할 수 없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에서 심리 중인 박 전 대통령 사건을 맡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변호사 업계의 다수 의견이다.

그러나 배 변호사의 처신은 헌재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배 변호사의 행동이 수임제한 규정에 반하는 것이 아니므로 상관이 없다는 견해도 있지만, (향후 재판에서) 탄핵 결정과 반대되는 변론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는 자칫 사법 불신을 낳을 수 있어 문제가 된다”고 비판했다. 

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 합류가) 변호사법상 수임제한 규정에 명시적으로 어긋난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헌재 탄핵심판의 보조업무를 맡아 사건에 간적접으로 관련돼 있던 공보관이 관련 사건에서 어느 한쪽 일방을 대리하는 것은 법 이전에 자연적 정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배 변호사가)직접 사건을 심리하지 않았더라도 공보관으로서 헌법재판관들을 대신해 언론과 국민에게 브리핑을 하는 역할을 했다면 한쪽의 이해관계를 갖는 당사자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헌재 심리 사후에 공보관이 심판대상자의 변호를 맡게 되면 헌재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 헌재에 대한 국민신뢰에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며 염려의 말을 덧붙였다.

경북 영양 출신인 배 변호사는 영남고, 고려대 법학과를 나와 1994년 헌재 헌법연구관으로 임관해 헌재소장 비서실장과 기획조정실장, 연구교수부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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