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6일 오후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이 열린 청와대 충무실로 입장하며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김관진 전 실장은 이명박 정권은 물론이고 박근혜 정권 국방 안보 분야에서 최고 실세줄 실세였다. 2010년 이명박 정권에서 국방부 장관에 임명됐고, 박근혜 정부로 넘어오면서 장관 중에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장관에서 청와대 안보실장으로 영전하면서 무기사업은 물론이고, 군 인사까지 좌지우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김 전 실장 재임 시절 방산비리와 연루 가능성에 대해 다수의 언론이 제기한 바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KF-X사업이다. 이 사업은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석연치 않은 의혹들이 많이 남아 있다. 공군은 이명박 정권 때부터 차기 전투기 KF-X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정권 말 사업을 계약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차원에서 사업을 박근혜 정권으로 넘겼다. 공군은 당초 미국 록히드 마틴의 F-35A가 아니라 보잉의 F-15SE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추진했었다. 2013년 9월까지만 하더라도 F-X의 단독 후보는 보잉의 F-15SE였다.

가격 입찰 결과 F-15SE가 유일하게 총 사업비 8조 3000억 원을 맞출 수 있었고, 이에 따라 2013년 9월24일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 주재로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에는 ‘F-15SE 차기 전투기 기종 선정안’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그런데 방위사업추진위는 북한의 비대칭 전력과 안보상황, 세계 항공기술 발전 추세 등을 감안했다며 F-15SE안을 부결했다.

이어 군 수뇌부가 노골적으로 F-X 기종으로 스텔스 기능이 뛰어난 F-35A가 적격이라는 논리를 펼치더니, 이듬해 3월 24일 방위사업추진위는 F-X 기종으로 F-35A를 낙점했다. 김관진 전 장관은 그날 방위사업추진위에서 “(F-35A 결정에) 정무적 판단을 해야 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전투기를 고르는 데 전혀 필요 없는 정무적 판단이 F-X 기종 선정에 결정적이었다는 폭탄발언을 한 것이다.

멀쩡하게 방위사업청의 평가를 단독으로 통과하고 국회가 사실상 동의한 안이 정무적 판단에 따라 백지화됐다. 예산을 초과하는 초고가 F-35A를 선택한 탓에 도입 대수는 계획했던 60대에서 40대로 줄었다. 무기를 사면서 손바닥 뒤집듯 결정을 번복하고 도입 대수를 대폭 축소한 사례는 F-X 사업이 유일했다.

총 사업비가 8조 원대이고, 도입 이후 유지보수에 그 이상의 돈이 들어가는 사상 최대의 무기 도입 사업이 이렇게 파행을 겪었다. 게다가 록히드마틴은 전투기 핵심 기술 4가지를 한국에 이전하는 것조차 거부했다. 보잉 측은 기술을 제공하기로 했다. 결국 한국형 전투기 KF-X 사업 핵심기술 이전도 백지화됐다.

F-X 사업 때 록히드 마틴의 경쟁사였던 유로파이터의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은 완전한 기술 이전을 약속했고, F-15SE의 보잉은 핵심기술을 해외에서 사서라도 주겠다고 우리 측에 약속한 바 있다. 록히드 마틴은 애초에 핵심기술 이전을 하지 못한다고 선언한 터라 F-35A를 골랐다는 것은 핵심기술을 포기한다는 뜻이었다. 핵심기술을 받을 생각이 있었다면 록히드 마틴을 선택하지 말았어야 했다.

2015년 10월 한국형 전투기 KF-X 핵심기술 이전 거부 사태가 터지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진상파악을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우병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였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의 항공기 사업 관계자들을 두루 불러들여 핵심기술 이전이 안 되는 이유를 캤을 텐데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민정수석실은 당연히 KF-X 기술 이전 거부 파문의 전말을 알기 위해 어떤 정무적 판단으로 록히드 마틴의 F-35A를 선정했는지를 조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민정수석실은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잠잠할 것 같은 이 사업은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져 나오면서 하나 둘 진실의 퍼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군 관계자들로부터 “F-X 사업은 군이 아니라 윗선이 좌우했다”는 주장이 나왔던 것. 당시 이 사업을 “최순실이 움직였다”는 F-X 사업 관계자의 증언도 나왔다. 결국 당시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었던 민정수석실이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있었을 텐데 민정수석실을 이를 사실상 덮었다. 보고누락 파문으로 다시 논란이 되고 사드 역시 록히드마틴의 제품이다.

박근혜 정권은 유독 록히드마틴에 많은 특혜를 줬다. 록히드마틴이 박근혜 정권 때 한국에 팔아먹은 무기만해도 1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F-X사업을 비롯해 사드까지 박근혜 정부의 주요 무기 계약 과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사는 김 전 실장이다. 그가 장관으로 있을 때 F-X사업이 뒤집혔으며, 안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이를 꾸준히 추진했다.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무기사업과 관련한 의혹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드 보고 누락으로 시작된 이번 사건은 결국 박근혜 정권 방산비리를 들추어보는 것으로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김 전 실장이 중간에서 역할을 한 것이지 비리의 종착역인지는 수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다.

하지만 지사플러스가 6월 2일자 보도 <사드 배치·국기문란 사태 주역은 김관진?>한 바와 같이 하지만 김 전 실장이 중간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이란 주장은 이미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SBS 러브FM ‘정봉주의 정치쇼’에 출연한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은 “내가 (정)‘유연아! 박원오 원장님이 너네 아버지랑 형님 동생 한다는데?’ 그러자 유라가 ‘웃기지 말아요. 생물학적인 우리 아빠는요 김관진 아저씨하고만 형님동생이에요’라고 말해서 저는 ‘김관진? 국방부장관?’ 이렇게만 생각하고 그 다음부터는 질문 안 던졌다”며 정유라와의 일화를 밝혔다.

정유라의 생물학적 부친은 정윤회다. 이어 정봉주 전 의원은 “그럼요. 김관진 장관하고 형 아우 한다. 김관진 장관이 맞다고 한다면 이게 방위산업비리에 접근할 수 있는 손을 잡는거죠”라고 말했다. 이 모든 의혹들을 종합해보면 김관진 전 실장은 사적으로는 정윤회-최순실, 공적으로는 우병우 전 수석과 가깝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결국 이런 인연들이 바탕이 되어서 무기사업과 관련한 여러 의혹들이 불거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도 뒤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보고누락사태로 "박근혜 정부에서의 무기비리게이트 열릴 것"이라는 예측이 먼 얘기가 아닌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김관진 사단 '독사파'는 누구?

이번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 발사대 4기 추가반입 보고누락 의혹과 함깨 수면위로 부상한 육사 34~43기 출신 사조직인 '알자회'뿐 아니라 '독사파'(獨士派) 인사들의 향방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독사파는 독일 육군사관학교에서 연수·유학한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의 친위그룹이다.

지난 3일 이데일리 보도에 떠르면 김 전 실장은 육사 28기로 입교해 1969년에 서독 육사 유학을 떠났다. 육사는 매년 한 기수에 한 명을 선발해 독일 육사로 보낸다. 대체로 우수한 생도가 선발된다. 1965년 첫 독일 유학생 선발 이후 현재까지 50여명 안팎이 독일 육사에서 공부했다.

김 전 실장 외에 독일유학파 출신으로 최고위직까지 오른 대표적 인물이 김태영 전 국방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김 전 실장 보다 육사 1년 후배지만 먼저 국방장관이 됐다.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장관직에서 물러나면서 2008년 대장 전역했던 김 전 실장이 국방부 장관 자리를 물려받았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 들어 장관직에서 물러날 예정이었지만 당시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하면서 박근혜 정부까지 총 3년 6개월 동안 장관직을 수행했다. 1990년대 이후 최장수 국방장관이다. 이후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이 주중대사로 부임하면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영전했다.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 당시 민군 합동조사단 군측 단장을 맡았던 박정이(육사 32기) 전 1군사령관도 독일 육사 출신이다. 그는 1차 대장 진급에서 떨어졌지만 천안함 조사단 활동을 통해 두각을 드러내며 진급에 성공했다. 이번 대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며 당 상임중앙선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사드 배치 관련 실무를 총괄했던 류제승(육사35기) 전 국방부 정책실장도 김 전 실장의 독일 육사 인맥이다. 독일 보쿰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던 류 전 실장은 영관장교 시절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번역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찬주(육사37기) 육군 2작전사령관도 독일 육사에서 공부했다. 대표적인 '김관진 라인' 인사다. 김관진 전 실장이 국방장관 재임시절 그는 합동참모본부 상부구조개편추진단장을 맡았다. 군 상부구조개편은 당시 김관진 장관이 밀어붙힌 국방개혁안이었다. 박 사령관은 이후 제7기계화군단장을 거쳐 2015년 대장 승진했다. 기갑병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4성 장군에 오른 것이라 그의 승진을 두고 뒷말이 많았다. 박 사령관과 동기인 김영식(육사37기) 육군 1야전군사령관은 독일 육사 출신은 아니지만 독일 참모대학을 졸업했다. 김 전 실장의 '독일 인맥'으로 평가된다. 

국군사이버사령부의 2012년 대선 정치 댓글 사건에 연루돼 군복을 벗은 연제욱(육사38기) 예비역 소장도 독일 육사 출신의 김관진 사람이다. 2011년 임기제 장군을 달아 국군사이버사령부 초대 사령관을 했다. 임기제 진급은 2년 동안 해당 보직에 있다 전역해야 한다. 그러나 연 전 소장은 2012년 또 임기제 진급을 해 소장을 달았다. 국방부 요직인 정책기획관을 거쳐 청와대 국방비서관까지 지냈다. 노무현 정부 때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파견 근무했던 연 소장은 정권 교체 이후 준장 진급에서 네 번이나 탈락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이 국방장관으로 부임한 이듬해 장군 진급에 성공했다.

육사42기 출신의 신인호 26기계화사단장도 독일 육사 출신이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재임 시절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을 지냈다. 이 외에 김상철(육사40기)·신현기(육사43기) 장군 등의 독일 육사 유학파도 김관진 국방장관 재임 시절 별을 달았다.

독일 유학 출신 인사가 아닌 대표적인 김관진 사단 인물로는 김종배(육사36기)·류성식(육사38기) 장군 등이 거론된다. 김종배 전 육군교육사령관은 김관진 전 실장이 전방사단 대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중대장으로 근무했던 인연이 있다. 그는 2009년 임기제 소장으로 진급해 교육사 교육훈련부장을 역임했는데 또 다시 임기제로 중장 진급해 교육사령관에 올랐다.

류성식 소장은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 재직 시절 김관진 전 실장의 인사를 대행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성추문으로 예편하려던 동기생의 전역지원서를 허위로 작성해 줬지만 징계를 유예받아 논란이 일었다. 또 육군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과 관련해 당시 인사참모부장이었던 류 소장에 대한 징계성 보직이동 조치가 하루 만에 취소되면서 김 전 실장의 개입설이 나돌았다.

김 전 실장은 알자회 출신 인사들도 중용했다. '김관진 사단'으로 평가받는 인물들 중 상당수가 알자회 인물들이다. 

사드 발사대 반입 보고 누락에 대한 청와대의 진상조사가 마무리되면 군내 파벌을 형성하고 있는 일명 '~라인'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태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2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군 내 사조직을 통해 인사 개입을 모의·개입했거나 특정한 군 사업들을 하는 데 있어 인맥을 활용했다면 군형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감찰을 통해 드러난다면 그 이후 법적 절차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