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변호인들과 얼굴을 붉혀가며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노 부장은 그동안 국회 국정조사와 재판, 언론 등을 통해 국정농단 사건에 최씨 등이 연루된 정황을 폭로해왔다. 이날 박 전 대통령 지지자로 보이는 일부 방청객은 양측의 공방을 보던 중 노 부장을 향해 소리를 지르며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노씨는 최씨의 각종 비위 사실을 폭로하며 국정농단 수사에 일조한 인물인 만큼 이날 재판에서 양측의 충돌은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13차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은 노 부장과 정치권 및 검찰, 특검과의 관계를 의심하는 질문을 던졌고 노 부장은 "정치적으로 몰아가지 말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먼저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노 부장이 최씨가 관여한 K스포츠재단에서 나오지 않은 이유 등을 캐물었다. 유 변호사는 질문 중 노 부장이 답하자 "질문 끊지 말라. 듣고 말하라. 흥분하면 안된다"고 지적했고, 노 부장은 "말하면 안되냐. 진실마저 왜곡하며 질문을 던지지 말라"고 맞섰다.

유 변호사는 "누가 왜곡하냐. 말조심하라"면서 목소리를 높였고, 노 부장은 "세 변호사가 증언을 왜곡하며 말한다. 거짓말한다는 식으로 질문 했지 않냐"고 반발했다.

우선 노씨가 박 전 대통령 측과 충돌한 건 유영하 변호사가 노씨에게 '사실상 최씨에게서 두 번이나 당하고도 왜 K재단에 들어갔고, 최씨가 K재단과 관련 있는 걸 알고도 왜 그만두지 못했느냐'고 물은 대목에서다.

노씨는 "왜 최씨와 관련됐는데 K스포츠를 그만 못 뒀느냐, 왜 퇴사를 안 했느냐를 묻는데 저는 그만두면 실업자였다. 다른 데 취직을 못 해서 남아있었다"고 유감을 표했다.

 
유 변호사가 같은 취지의 질문을 반복하며 "흥분하지 말라"고 응수하자 노씨는 "제가 진실을 이야기하고 다 밝힌…"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에 유 변호사도 "제가 진실을 밝히지 말라며 말을 끊었습니까"라고 함께 언성을 높이자 노씨는 "증인으로 나온 사람의 말도 묻어가며, 왜곡하면서 질문을 던질 필요는 없다"고 따졌다.

유 변호사는 이 말에 "말조심하시라. 뭘 왜곡하느냐"고 흥분했다.

두 사람의 언성이 높아지자 재판장은 노씨의 이름을 세 번이나 연거푸 부른 뒤 "감정만 안 좋아지니까 하고 싶은 말은 나중에 기회를 줄 테니 그때 하라"고 진정시켰다.

노씨와 박 전 대통령 측의 1차 설전이 마무리된 뒤 이번엔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와 노씨 간 2차 설전이 벌어졌다.

이 변호사가 노씨의 사생활 문제를 언급하며 증언의 신빙성을 탄핵하려 하자 노씨가 "진실은 변하는 게 없는데 왜 사생활까지 뒤져가며 말하는 거냐"고 따지고 들었다.

노씨는 이 변호사에게 "그렇게 '최서원식'으로 사람을 매도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도 항변했다.

이에 이 변호사가 "불편한 질문을 드려도 차분하게 답을 해달라"고 하자 노씨는 폭발하며 "불편한 질문도 정도가 있지, 그렇게 왜곡되게 만들면 지금 어쩌자는 겁니까"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노씨는 "진실 규명에 대해 물어야지 사람의 약점을 물어보느냐. 지난번 고영태한테는 신용불량자라고 하더니, 확인된 사항도 아닌데 물어보면 어쩌느냐"고 따졌다.

노씨는 이 변호사가 계속해 2015년 최씨와 함께 독일에 있을 당시 차량 구매 문제로 말썽을 일으키지 않았느냐고 묻자 법정이 떠나갈 듯 "제가 그 정도 양심도 없어 보입니까"라고 소리를 질렀다.

양측의 설전에 방청석마저 소란스러워지자 재판장은 "더는 증인 신문이 어려울 것 같다"며 휴정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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