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국정농단 사건의 폭로자 중 한 명인 노승일(41)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최순실씨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로 최씨의 자필 메모를 공개했다.
 
7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메모 촬영본에는 코어스포츠의 설립에 필요한 내용이 흘려 쓴 글씨와 또박또박 적은 글씨 등 두 가지 필체로 적혀있다. 

노 전 부장은 이날 통화에서 "삼성그룹과의 승마 지원 용역 계약을 체결한 ‘코어스포츠’의 실소유주가 최씨임을 밝힐 자필 메모"라고 주장했다.
 
그는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깨알 지시 메모'를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그동안 최씨는 검찰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독일에 설립한 ‘코어스포츠’(사실상 페이퍼 컴퍼니)와의 직접 관련성을 부인해 왔다.

노 전 부장은 "메모에 필기체처럼 알아보기 힘들게 적은 게 최씨 글씨고 또박또박 적은 게 내 글씨다. 필적 감정을 해도 된다"고 주장했다. 메모 촬영본 속 '흘려쓴 글씨'는 지금까지 공개된 최씨의 필체와 유사하다.

노 전 부장에 따르면 2015년 8월쯤 최씨가 자신에게 ‘메모할 것을 달라’고 해 수첩과 포스트잇을 주자 거기에 메모했다고 한다. 그는 “4장은 최씨가 직접 자필로 작성했고, 1장은 최씨의 지시를 받아 내가 메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공개한 첫 번째 메모에는 최씨 딸 정유라(21)씨가 2015년 독일에서 훈련했다는 ‘예거호프 승마장’과 관련한 관계자들의 명단과 연락처 등이 적혔다. 노 전 부장은 “최씨가 지시해 내가 받아적은 메모”라고 말했다.

노 전 부장은 이후 메모부터는 최씨가 직접 코어스포츠 설립 관련 업무를 구체적으로 지시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 메모에는 최씨의 등기ㆍ공증ㆍ스태프 구성ㆍ기구 편성표 관련 지시가 적혔고, 세 번째 메모에는 사무실 구성 관련 지시, 네 번째 메모에는 홈페이지 제작 관련 지시가 언급됐다.

다섯 번째 메모에는 최철 전 더블루K 대표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노 전 부장은 “2015년 독일에 가기 전 최씨를 미승빌딩 옆에서 만났다”며 “최씨는 ‘독일에 가면 (코어스포츠) 법인을 설립해야 하는데 이 분(최 전 대표)에게 연락해 도움을 받으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검찰 측은 해당 메모에 대해  “삼성에서 직접 지원받은 페이퍼컴퍼니인 코어스포츠의 설립을 최가 주도하고, 노 전 부장 등으로 하여금 코어스포츠를 만들어 삼성에서 금전적 지원을 받았다는 걸 입증하기 위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최씨측은 "삼성 뇌물과 관계 없는 메모지로 노씨가 재판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 측도 "메모 속 글씨가 실제 최씨의 필체인지 확인해야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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