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태강 신임 문체부 2차관
[김민호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9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 노태강 전 문화부 체육국장, 기획재정부 2차관에 김용진 한국동서발전 사장, 국토교통부 1차관에 손병석 국토부 기획조정실장을 각각 임명했다.

법제처장에 김외숙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에 황인성 한신대 외래교수를 각각 발탁했다. 여성이 법제처장에 임명된 것은 김 처장이 두 번째이다.

문 대통령이 차관 인사를 단행한 것은 지난 6일에 이은 4번째로, 이로써 현행 정부 직제상의 17개 부처 중 16개 부처 차관급 인선을 마무리했다.

이번 노 차관 발탁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최순실 게이트'로 무너진 문체부 조직을 쇄신하고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따른다.

행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한 노 차관은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 도서관정보정책기획단장 등을 거쳤다.

체육분야에 정통한 관료 출신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을 차질 없이 준비할 적임자라는 게 청와대가 밝힌 인선 배경이다.

노 차관은 2013년 모철민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지시로 대한승마협회 조사를 했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라고 지목하면서 인사 조치를 당한 후 사직하게 된 인물이다.

2013년 4월 열린 전국승마대회에 출전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성적은 준우승이었다. 1등을 놓치자 최씨는 '심판들의 편파 판정 탓'이라고 보고 청와대를 움직였다.

당시 문화부 체육국장을 맡고 있던 노 차관은 감사를 진행한 뒤 최씨의 편을 들지 않고 승마계 파벌싸움으로 결론지었다. 그 해 8월21일 박 전 대통령은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을 집무실로 불러 수첩을 꺼내 그를 '나쁜 사람'이라고 지목한 것으로 특검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후 한직을 떠돌다 결국 공직에서 물러났다.

유 전 장관은 지난 1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증인으로 나온 자리에서 "대통령이 수첩을 보며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과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을 참 나쁜 사람이라고 했다"며 "역정을 내고 인사조치를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이처럼 지난 정부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대표적인 피해자로 각인된 인물이 노 차관이다.

그런 그를 문체부 차관으로 발탁한 것은 청와대가 적폐 청산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은 공약집을 통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조사하고 재발을 막을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가칭)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진상 조사와 시정 조치를 공약했으며, K스포츠·미르재단과 같은 정경 유착 사례를 제보받을 시민공익위원회(가칭)의 신설 등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문체부와 관련된 가장 큰 현안으로 지난 정부에서 벌어진 전횡을 바로잡는 것을 최우선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를 통해 노 차관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블랙리스트와 체육계 비리 등 문체부를 둘러싼 적폐를 대대적으로 수술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뜻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정씨의 승마특혜 의혹과 함께 청와대 전횡 폭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인 만큼 지난 정부에서 벌어진 일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노 차관을 통해 그간 벌어진 일들에 대한 책임자를 문책하고 이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아울러 체육분야에 정통한 관료인 만큼 체육계를 둘러싼 비리를 척결하고 2차관 업무의 시급한 현안인 평창동계올림픽 준비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청산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고,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도 블랙리스트 사건을 바로 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면서 "특히 노 차관이 당시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니까 문체부에서 일어났던 부정과 부패를 뿌리뽑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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