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른들은 무얼했나"
4층 격실 학생들 천진·초조·불안 상황 담겨

세월호 침몰 당시 4층 격실에 있던 단원고 학생이 아버지에게 보낸 15분 분량의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긴박했던 순간, 학생들의 안타까운 상황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탈출할 시간이 충분했는데도 '절대 이동하지 말라'는 안내방송만 믿고 천진난만해 하던 학생들이 점차 불안해하고 가족과 선생님을 걱정하는 모습 속에서, 그 시간 선원과 구조당국, 어른들은 과연 무엇을 했는지 다시한번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JTBC가 공개한 해당 동영상은 단원고 희생 학생이 촬영해 아버지에게 보낸 것으로,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오전 8시52분부터 15분 간 세월호 4층 격실의 기록을 담고 있다.

8시52분 세월호가 표류하기 시작한 시점, 학생들은 잘못된 방송 때문에 아무런 동요도 없이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였다. "배가 기울어 졌어", "수학여행 큰일 났어". "나 진짜 죽는 것 아냐".

제주VTS에 첫 구조요청이 있었던 시점에도 애써 안정감을 찾으며 서로를 격려했다. "배가 점차 안정을 취하고 있어". "아까보다 괜찮아지고 있잖아".

배가 기운지 10분이 지난 8시59분께 학생들이 구명동의를 찾으면서 서로를 격려했다. "내 것 입어". "그럼 너는".

탈출할 시간이 충분한데도 학생들은 지시대로 격실에 남아 불안해 했다. "엄마 아빠. 아. 내 동생 어떡해".

그 시점까지도 안내방송은 계속됐다.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십시오".

배가 더 기운탓인지 아이들은 탈출을 생각하기도 했다. "무슨 말(상황)인지 말을 해줘야지". "구명조끼 입으라는 것은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얘기 아냐". "이렇게 바다를 헤엄쳐서…".

그러면서도 선생님과 친구들을 걱정했다. 하염없는 안내방송은 또다시 이어졌다.

그렇게 숨막히는 순간의 동영상은 끝이 났다. 아이들이 지상으로 보내온 마지막 영상편지였다. 이후에는 객실 구석에 동그랗게 쪼그려 앉아 애타게 구조를 기다렸을 것이다.

그 시간에만 선원들의 탈출 명령과 구조당국의 선체 진입이 시도됐더라도 얼마든지 꽃다운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과 분노가 남는 대목이다.

이 날 해경이 공개한 또다른 동영상에는 속옷 차림의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들을 뒤로 한 채 허겁지겁 탈출하는 모습이 전해져 학생이 찍은 동영상과 오버랩됐다. 아이들이 애타게 기다렸을 어른들의 자화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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