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실 지시 하에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사실이 13일 감사원을 통해 확인됐다. 또한 특검은 모두 374건으로 파악했으나, 감사원은 444건으로 확정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2월30일 국회가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에 대한 감사를 요구함에 따라 올해 1월19일부터 3월10일까지 문화체육관광부 기관운영감사를 진행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감사원은 국회의 요구 사안뿐만 아니라 문체부·산하기관이 최근 3년간 추진한 사업을 전반적으로 감사해 이날 총 633쪽 분량의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2월30일 국회가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에 대한 감사를 요구함에 따라 올해 1월19일부터 3월10일까지 문화체육관광부 기관운영감사를 진행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블랙리스트 작성은 청와대 비서관실이 결정해 지시하고, 문체부는 이 지시를 이행하는 방식으로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우선 심의위원을 솎아내는 작업부터 진행했다. 2014년 3월 비서관실은 문체부에 책임심의위원 105명 중 19명을 배제하라고 지시했고, 문체부는 문예위 사무처에 별다른 이유 없이 이들 19명을 책임심의위원에 선정하지 않도록 지시했다.

이에 문예위는 그해 19명 모두를 2014년도 문예위 책임심의위원 선정 과정에서 배제하는 등 2014~2016년까지 모두 66명(책임심의위원 19명, 심의위원 47명)을 배제했다.

이후 블랙리스트에 대한 배제 작업은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문체부는 2015년 9월께 문예위의'공연예술발표공간 지원사업'에 신청한 96개 단체 중 22개 단체를 배제하라고 문예위 사무처에 통보했다. 문예위는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같은해 10월 친정부 성향의 심의위원에게 지원배제 명단을 알려주며 '사업계획서 부실' 등을 문제 삼을 것을 요구했고, 결국 22개 단체는 지원에서 배제됐다.

이러한 문예위뿐만 아니라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한문연) 등을 통한 각종 기금 지원 사업에서 특정 문화예술인과 단체가 배제됐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영화기금 지원사업에 있어서는 특정 영화를 상영한 예술영화전용관을 지원대상에서 배제되게끔 하기 위해 '시서리 관련 평가항목의 배점을 조정한 후 심사에서 탈락시키는가 하면,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우 2014년에 다이빙벨 상영을 강행한 것을 이유로 이듬해인 2015년 지원금을 전년도보다 6억6,000만원 삭감한 8억원으로 의결했다.

출판 분야에 대해서도 공공도서관에 배포하는 도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22개 도서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으로 감사원은 결론 내렸다.

감사원은 "문예위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등 모두 10개 기관이 문체부의 지시에 따라 심의위원 선정 시 특정 문화예술인과 단체를 부당하게 배제했다"며 "모두 444건(문화·예술 417건, 영화 5건, 출판 22건)"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그동안 제기됐던 각종 의혹을 규명했다. 미르재단의 경우 설립대표자가 재산을 출연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재단설립자 20명 중 14명의 인감증명서가 불일치 하는 등 법정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확인했다. K-스포츠재단 또한 재단설립자 20명 중 16명의 인감증명서가 불일치했다.

플레이그라운드의 경우 지난해 당시 대통령의 멕시코 순방과 아프리카 순방의 문화행사 대행업체 선정 과정에서 허위 실적을 제출했으며, 항공료 청구서 및 영수증 금액을 조작해 5,200여만원을 부당 정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늘품체조의 경우 실무 담당자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보고를 했음에도 김종 전 차관은 보급을 지시했다. 또한 김종 전 차관은 이 담당자에게 국회에서 거짓 답변을 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김종 전 차관을 직권 남용 혐의로 수사 요청을 했고, 문체부 국장 7명 등 모두 28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다만 블랙리스트 관련해 청와대 비서실의 '윗선'이 누군가에 대해서는 "재판 중에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윗선'에 대해서는 별도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감사원 관계자가 설명했다.

다음은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와 광고 감독 차은택 씨에 대한 감사결과 등 주요 의혹에 대한 판단 내용이다.

◇2014년 전국체육대회 승마장소 변경 의혹 = 제주도는 제95회 전국체육대회 개최지로 선정된 뒤 60억 원을 들여 승마경기장을 만들었으나 대한승마협회는 준공 후 두 달이 지난 2014년 8월 말에야 사전점검 후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국승마선수협의회는 2014년 9월 경기를 내륙에서 개최해달라는 진정서를 냈다. 대한체육회는 대회 개최 9일 전인 2014년 10월 20일 제주가 아닌 인천의 승마장으로 장소를 변경했다.

감사원은 대한체육회가 신속하게 점검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보고, 대한체육회장에게 앞으로 경기장 사용가능 확인 등 점검을 철저히 하라고 주의조치를 내렸다.

최순실 씨가 딸 정유라 씨를 위해 승마경기장을 인천으로 변경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감사결과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았다.

◇2015년 승마국가대표 훈련관리 부실 의혹 = 국회는 정유라 씨가 2015년 국가대표 활동기록, 출전기록이 없고 국가대표 훈련보고서의 훈련일지가 부실 또는 허위로 제출됐음에도 훈련수당이 부당하게 지급된 점에 대해 감사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정씨가 2015년도 국가대표로 선발되고 1년간 자격을 유지한 점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봤다.

다만, 대한체육회가 대한승마협회에 지급한 선수수당, 급식비 등 훈련보조금의 적정성을 점검한 결과 지급 근거가 되는 훈련결과 보고서에 훈련장소를 구체적으로 적지 않고 날짜도 명확하지 않은 점이 적발됐다.

예컨대 정 씨는 2015년 10월 1∼31일 해외승마장을 사용한다고 적고, 서명은 그해 10월 14일에 해 사용기간 모두 실제 승마장을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감사원은 대한체육회장에게 국고보조금에 대한 정산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줬다.

◇차은택 관련 늘품체조 부당지원 의혹 = 문체부가 국민체조로 보급하기 위한 '코리아체조'를 개발하고 있었음에도 김종 당시 문체부 차관은 담당자에게 늘품체조 PT자료를 주면서 개발자를 만나보고 2014년 11월 문화의 날에 늘품체조를 시연하도록 지시했다.

김 전 차관은 최순실 씨로부터 PT자료를 받았다고 진술했고, 늘품체조 개발회사의 등기부상 대표는 차은택 씨였다.

시연 이후 담당자는 늘품체조의 운동 역학적 분석 및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보고를 했음에도 김 전 차관은 늘품체조를 보급하도록 지시했다.

2015년 6월 작성된 최종보고서에는 늘품체조의 운동강도가 높아 심혈관계 질환자 등에 부적합하다고 돼 있다. 하지만 문체부는 2015년 5월부터 12월까지 2억7천만 원을 들여 늘품체조를 보급했다.

김 전 차관은 또 2015년 1월 국회 교문위 박홍근 의원이 늘품체조 제안경위를 서면 질의하자 "외부로부터 늘품체조 발표자료를 받아왔다"는 이야기를 빼라고 지시했고, 담당자는 지시에 따랐다.

감사원은 국회 답변을 사실과 다르게 한 관련자들에 대해 1명은 징계 요구, 1명은 인사자료를 통보하고 주의를 요구했다.

◇차은택 관련 밀라노엑스포 의혹 = 문체부는 2014년 10월 31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밀라노엑스포' 사업 주관부처 지위를 넘겨받았다.

문체부는 주관부처 변경에 따라 전시기획안 및 설계, 전시·영상 총괄감독을 변경하기로 했고, 기존 감독인 A 교수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2014년 10월 당시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차은택 씨를 총괄감독으로 선임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보조금 6억500만 원을 투입해 A 교수가 작업하던 밀라노엑스포 한국관 메인쇼 작품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감사원은 밀라노엑스포 한국관에 230만 명이 관람하고 전시 부분 은상을 받는 등 성과를 거뒀기에 감독변경 자체는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총괄감독 선정요건이 구체적으로 없고 A 교수 선정 시 함께 검토됐던 후보자 명단에 차 씨가 포함돼 있던 점에 비춰 차씨 선임 자체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다만 차씨가 부탁했다는 이유로 정식 문서로 총괄감독에 임명하지 않고, 구두로 선임한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라고 보고 문체부 장관에게 민간전문가와 계약서 없이 업무를 추진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문화창조융합벨트사업 기금운용 등 = 국회는 문체부가 관광진흥개발기금을 변경해 '문화창조벤처단지 사업' 등에 171억 원을 사용한 데 대해 기금운용계획 변경과 그 집행의 적정성을 검토해달라고 감사원에 요구했다.

감사원은 171억 원 중 91억 원이 한국관광공사 서울사옥 리모델링과 K-Style Hub 사업추진에 사용되고, 80억 원이 문화창조벤처단지 입주기업이 제작한 한류 콘텐츠 소비채널 확대에 사용됐기에 기금변경에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다만, 문체부가 2012∼2016년 기금운용위원회를 28회에 걸쳐 개최하면서 한 번도 출석회의를 개최하지 않은 채 서면결의로만 운영한 것은 문제라며 주의를 줬다.

또, 관광진흥개발기금이 관광사업과 연관성이 높은 분야에 집행되도록 보조대상을 구체적으로 정하라고 통보했다.

차은택 씨는 2015년 4월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 임명돼 문화창조벤처단지 등이 포함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감사원은 한국관광공사가 서울사옥에 한식문화시설 설치공사 착공시 시공업체가 설계서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그대로 두고, 계약당사자가 아닌 차씨가 수시로 업체에 공사 내용 변경을 지시하는데도 방치한 사실을 적발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시공업체가 계약금보다 12억 원 많은 31억 원을 달라고 하자 이의 없이 지급했다.

감사원은 한국관광공사 사장에게 계약관리 업무를 부당처리한 관련자 2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고, 시공업체가 납부하지 않은 보험료 3천346만 원을 회수하라고 시정요구했다.

아울러 문체부가 국가계약법령을 어기고 차씨가 추천한 업체의 견적만 받아 해당 업체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계기 문화행사 대행사로 선정하고, 해당 업체에 2억여 원이 과다지급된 사실이 감사결과 드러났다.

◇K스포츠재단 영업지원 의혹 = 감사결과 문체부 김종 전 차관은 2016년 1월 K스포츠 재단을 도와주기 위해 소속 직원더러 K스포츠재단 직원과 함께 남양주 등 6개 지자체 담당자를 방문하는 공무출장을 가도록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K스포츠 재단 직원이 지자체 담당자와 업무관계를 형성하도록 알선한 것이다.

김 전 차관은 또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을 대한체육회의 '스포츠클럽육성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선임하도록 지시했다. 해당 사무총장은 은행원 경력이 30년이고 전문성이 없어 대한체육회의 반대로 선임이 무산됐다.

감사원은 문체부 장관에게 이미 퇴직한 김 전 차관의 비위행위를 향후 재취업 등을 위한 인사자료로 활용하고 인사혁신처에 통보해 공직 후보자 관리에 활용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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