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서 발견된 사제 폭발물
[신소희 기자]연세대 폭발물 사건의 피의자로 긴급체포된 대학원생 김모(25)씨가 경찰 조사에서 인터넷 검색 없이 폭발물을 직접 만들었다고 진술했다.

14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조사에서 "폭발물은 직접 만들었다"고 말했으며 구글이나 유튜브 등 인터넷에서 폭탄 제조 방법을 검색해 참고하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피해자인 연세대 공대 기계공학과 김모 교수와 같은 학과 소속 대학원생으로 알려졌다.

텀블러에 든 폭발물은 건전지를 이용한 기폭장치와 연결돼 있었으며 안에는 아래쪽이 뭉툭한 나사(볼트) 수십 개와 화약이 든 형태였다. 김씨는 폭발과 함께 나사가 사방으로 튀어나오도록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에 사제 폭발물을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기보다는 (공대생인 피의자가) 자신의 과학적 지식을 이용해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전례가 없는 '못 폭탄(nail bomb)' 등장과 함께 국내 첫 '배달물 위장' 형태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비전문가'가 쉽게, 적은 비용으로 얼마든지 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는 상황에서 향후 개인 원한 등을 이유로 모방 범죄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가장 최근의 대표적인 사제폭발물 사건은 2011년 5월에 일어났다.

김모(당시 43세)씨가 서울 서초구 강남고속버스터미널과 중구 서울역 대합실 물품보관함에 부탄가스 등을 이용한 폭발물을 넣어놓은 것이다.

이 때 김씨의 목적은 인명피해가 아니었다. 범행 전 선물옵션(풋옵션) 투자에 실패한 그는 옵션 만기일인 범행 당일 공공시설에 폭발사건이 발생하면 주가가 폭락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와 달리 13일 오후 경찰에 긴급체포된 연대 사건 용의자 김모(25)씨는 개인적 불만을 가지고 특정인을 겨냥한 경우다.

폭발물은 이 학교 기계공학과 김모(47) 교수의 연구실인 제1공학관 479호실 문 앞에 길이 20㎝ 정육면체 종이박스, 쇼핑백 안에 담긴 채 놓여있었다.

이날 오전 8시40분께 출근한 김 교수는 평범한 배달물이라고 생각해 연구실로 가지고 들어갔고 무심코 열어 본 순간 화약 연소가 이뤄진 것이다.

다행히 완전한 폭발은 이뤄지지 못해 텀블러 안에 들어있던 나사 수십개는 비산(飛散)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손과 목에 2도 화상만 입었다.

김씨는 김 교수의 기계공학과 제자 대학원생이다.

한국테러학회 이만종 회장은 "못을 이용한 폭탄, 우편물·배달물품 형태 폭탄 범죄는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특히 평범한 우편물, 배달물품으로 속이는 방식의 폭발물 범죄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폭발물 제조가 너무 쉽다는데 있다.

인터넷에 관련 키워드 검색만 하면 폭발물을 만드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동영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동영상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분량도 3~5분으로 짧고 이용되는 재료도 실생활 속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 회장은 "오늘 연대 사건의 폭탄 제조 비용은 많이 잡아줘도 2만원 이내"라면서 "향후 모방형 범죄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국내 사이트는 폭발물 제조법 동영상을 어느 정도 통제를 할 수 있는데 유튜브처럼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들은 어렵다"면서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돌아다니는 동영상들을 완전히 차단하는 건 어차피 불가능하기 때문에 탄약, 기폭장치 등 폭발물 기본 구성 재료들의 유통을 사전에 막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는 이날 오전 0시 54분까지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유치장에서 휴식했다. 경찰은 "김씨가 순순히 조사에 임했다"며 "오전 중 조사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심이 쏠리는 범행 동기에 대해선 "아직 발표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중 김씨의 진술을 토대로 피해자 김모 교수를 다시 조사해 김씨와 김 교수의 평소 관계와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범행 동기가 구체적으로 확인되면 이르면 이날 저녁께 구속영장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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