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대법원 역시 '제식구 감싸기' 에 예외는 아니었다.

대법원장 직속 법원행정처가 골프 및 룸살롱 접대를 받은 현직 부장판사의 비위사실을 검찰로부터 통보받고도 징계를 하지 않은 채 방치해, 당사자가 무사히 변호사 개업까지 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부장판사는 부산고등법원의 문 모 부장판사였는데 검찰이 2015년 5월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건설업자 정모씨를 조사하다가 확인했다는 것. 문 부장판사는 2011년부터 당시까지 정씨한테 15차례 골프접대와 한 차례 룸살롱 접대를 받았고 정씨가 체포되기 직전에는 수십차례 전화통화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15일 한겨레에 따르면 검찰로부터 해당 부장판사의 비위사실 통보를 받은 사람은 법원행정처의 실무를 총괄하던 임종헌 전 차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임 전 차장이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이런 내용을 보고했는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선 임 전 차장 등 대법원 고위층이 비난 가능성 등을 의식해 고의로 징계 절차를 밟지 않고 해당 부장판사의 사직을 묵인했다면 직무유기 등 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검찰은 정씨가 체포되기 하루 전 사무실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 문 판사가 동석하고, 정씨 체포를 전후해 두 사람이 수십 차례 통화한 사실도 파악했다. 특히 정씨가 체포되기 직전인 5월8일 밤 문 판사는 정씨, 정씨 변호인 고아무개씨와 함께 룸살롱에 가 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정씨의 구속영장이 거듭 기각되자 같은 해 8월 정씨를 조 전 청장과 함께 불구속 기소하면서 문 판사의 비위사실을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통보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한겨레>의 확인 요청에 “문 판사를 직접 조사하지 않는 한 그의 비위사실이 범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확언할 수 없었다”며 “그러나 법관징계법·법관행동강령 등에는 저촉된다고 판단해 당시 행정처 임 차장에게 비위사실 통보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원행정처는 윤리감사관실을 통한 징계위원회 회부 등 필요한 조처를 취하지 않은 채 1년 반을 흘려보냈고, 문 판사는 올 1월 말 사직한 뒤 변호사 개업을 했다. 그가 소속된 법무법인은 룸살롱에 함께 갔던 고아무개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곳이다. 문 변호사는 지난 12일 <한겨레> 기자와 만나 정씨한테서 골프 접대 및 룸살롱 접대를 받은 사실, 정씨 체포 하루 전 사무실에 갔던 일 등을 시인했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임 전 차장 등이 고의로 문 판사를 징계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 등 범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매체는 임 전 차장의 설명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사찰 논란’의 책임을 지고 지난 3월19일 사직했다. 법원행정처 핵심 관계자는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에 그런 내용의 비위사실이 접수된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임 전 차장이 당시 검찰 통보를 받았는지 여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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