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 청와대가 SK그룹을 상대로 최순실씨(61)에게 수십억원의 뇌물을 받으라고 지시했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이를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한 ‘제3자 뇌물요구’ 혐의의 핵심 증거로 보고 있다.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은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취지로 증언했다.

이 사장과 검찰 측 주장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은 최태원 SK그룹 회장(57)과 독대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K스포츠재단 등에 지원을 요구했다. 최 회장은 그 대가로 워커힐 면세점 사업 지속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 등을 청탁했다.

독대 며칠 뒤 이 사장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에게 "K재단 관련 자료를 보낼테니 잘 검토해 주면 좋겠다"는 전화연락을 받았다.

직후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58)을 통해 최 회장에게 ‘서류봉투’를 건넸다. 이 서류봉투 안에는 ‘가이드러너 연구용역 제안서’ ‘가이드러너 전문학교 기획안’ ‘펜싱·배드민턴·테니스 해외훈련 계획 및 예산표’ 등의 문서가 들어있었다. 이는 최씨가 실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K스포츠재단의 사업 내용이었다.

또 K재단 측은 SK에 모두 89억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SK가 난색을 보이자 같은달 29일 안종범 전 수석이 이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영춘(SK그룹 CR팀장)이 너무 빡빡하게 군다.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지시한 사안인데 잘 살펴달라"는 내용이라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SK는 K재단 측의 요구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고 박 전 대통령의 뜻인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지원을 하기보다 K스포츠재단에 35억원을 추가 출연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했다.
이에 대해 안 전 수석은 같은해 6월 "K스포츠재단 자금 지원 문제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 사장에게 말해 SK의 추가 지원은 중단됐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에게 부정청탁을 받고, 최순실씨 측을 통해 뇌물을 요구했다는 정황이 이 사장의 증언으로 확인된 셈이다.

한편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2월20일 9회, 2월26일 1회, 2월29일 4회에 걸쳐 최씨와 차명폰으로 통화한 기록을 확보했다. 안 전 수석의 수첩 2월20일자에는 ‘SK 회장, 선수 전지훈련, 단둥 문화, 맘마미아 지원’이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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