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 취임하면서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밝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을의 눈물 닦아주기'가 시작됐다.

18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모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의 가맹사업법 위반 여부를 밝히는 조사에 나섰다. 최근 광주지역 치킨 프랜차이즈 전 가맹점주 A씨가 '본사가 도매상을 강제로 지정해 영업 자율권을 침해받았다'고 공정위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치느님' 가격을 `올린 놈, 내린 놈, 눈치보는 놈` 할 것 없이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치킨값 이슈는 지난 3월부터 시작됐다. 8년 만에 가격 인상을 결정한 BBQ, 이를 윽박지른 농림축산식품부, 인상방침을 철회하는듯 하다가 한달 만에 예정대로 10% 가격을 올린 BBQ,
여론을 요리조리 살피다가 뒤따라 가격 인상을 결정한 교촌치킨, 대한양계협회의 가격 인상 치킨업체에 대한 불매운동 선포, 1년간 치킨 한마리당 550원씩 광고비를 걷겠다는 BBQ, 공정거래위원회가 ‘갑질’을 손보겠다고 나서자 한시적 가격인하를 발표한 또봉이통닭과 호식이두마리치킨, bhc. 뒤늦게 아차 싶어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한 교촌치킨. 치킨업계 외톨이가 될까 긴급회의를 열어 올렸던 가격을 원래대로 되돌린 BBQ. 이 모든 게 지난 100일간 일어난 일이다.

누군 올린다고 난리고, 누군 내린다고 난리고, 누군 올리겠다고 했다가 없던 일로 한다고 하니 소비자는 헷갈린다. 이 과정에서 치킨 프랜차이즈들의 민낯이 공개됐다.

지난 17일 한경에 따르면 우선 올렸거나 올리겠다고 했던 곳을 보자. ‘가격 인상파’는 BBQ와 교촌치킨. 작년 매출 기준으로 교촌은 1위, BBQ는 3위 업체다. 총대를 멘 BBQ는 가격 인상한 지 얼마 안돼 가맹점주들에게 ‘닭 한마리당 550원(부가세 포함)을 걷어 광고비로 쓰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지금도 연 130억원 정도를 쓰고 있는데 점주들로부터 각출을 하면 연 100억원 가량이 추가로 생긴다. 기존 광고비를 점주들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한 BBQ 측의 해명은 놀랍다.

BBQ측은 “가격 인상 여파로 당분간 매출이 떨어질 거고, 그걸 상쇄하기 위해 당분간 광고비를 연 130억원에서 23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고 했다. 이 해명에는 두 가지 의미가 깔려있다. 치킨 값을 올려 소비자들에게 얼마든지 광고비를 전가해도 된다는 논리, 어차피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은 얼마 뒤면 사라지고 소비자들은 다시 BBQ를 찾을 것이라는 자신감.

교촌치킨도 가격을 올린다고 했다가 철회하면서 그 동안 광고비를 얼마나 많이 써왔는지 시인하는 꼴이 됐다. 교촌치킨 측은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하는 대신 총 광고비용을 30% 줄이겠다”고 했다. 가격을 올릴 때는 가맹점주들의 인상 요구와 인건비, 임대료 상승을 명분으로 삼다가, 동결할 때는 과도한 광고비를 줄이겠다니. 아무래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가격 인하파’에 대한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또봉이통닭, 호식이두마리치킨, bhc를 보자. 이들이 가격을 인하한다는 명분은 거대하다. ‘서민 경제를 위해’ ‘가맹점주들을 위해’ ‘광고비를 줄이고 상생에 더 힘쓰기 위해’ 등등이다. 하지만 다들 시기를 2주~1개월로 정하고 있고, 일부 메뉴에 한정한 곳도 있다. 그저 여론을 등에 업고 '반짝 마케팅'을 노린 꼼수로밖엔 해석되지 않는다.

이날 한 네티즌은 "‘1000원짜리 닭 한마리가 기름에 잠깐 들어갔다 나왔는데 2만원이 되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네요. 아이돌 모델들이 다 비슷한 치킨 광고 하는 것도 지겹고요. 광고비에 100억씩 쓰라고 2만원짜리 닭 사먹었나 자괴감이 듭니다."라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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