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이미영 기자]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대기업에 철퇴를 가하면서 재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김상조 호의 첫 타깃이 부영그룹이 된 가운데 다음 대상이 어디인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삼성이 국내 최대 건축설계회사인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삼우)를 수십년간 위장계열사로 운영했다는 점이 여러 증언과 증거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고 19일 한겨레가 보도했다.

김상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 위장계열사 운영과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1호 조사 대상’으로 지목하며 첫 사례로 ‘부영’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한데다, “4대 그룹은 더 엄격하게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공정위의 대응이 주목된다.
전날 매체가 입수해 보도한 녹취파일에 따르면 지난 3월 삼성물산 ㅎ전무는 2014년 삼우가 두 회사로 쪼개져 그중 한 곳이 삼성 계열사로 흡수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삼우의 분할·합병 문제는) 제가 다른 관계사로 전출 가면서 손을 놓은 상태였고, 다른 (삼성) 임원들이 실질적으로 진행하고 마무리를 했다”고 말했다. ㅎ전무의 발언은 삼우의 전직 간부가 ‘삼성을 대리해온 삼우 차명주주들의 전횡을 삼성이 조처해달라’는 호소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당시 이 삼우 간부는 “(위장계열사를 사실상 회수하기 위한) 2014년 삼우 분할·합병 과정을 전무님이 실질적으로 관장하지 않으셨느냐”고 물었고, ㅎ전무는 “실제로 저는 초반에 10% 정도 미미하게 진행하다가…”라며 “뒤처리를 한 게 김△△ 상무인지, 윤○○ 상무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런 녹취록 외에도 삼우 소속 직원들의 인사카드에 ‘삼우’와 ‘삼성’의 입사일이 같이 기록되어 있는 점이나, 삼우 직원이 ‘삼성공동의료보험조합’에 가입돼 있는 등 삼우가 삼성의 위장계열사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들도 나왔다. 앞서 과거 삼우 고위 임직원들이 사원설명회에서 “삼우의 원소유주가 삼성이고, 삼우의 현 주주들은 삼성을 대리하는 주식명의자”라고 발언한 사실이 지난해 '한겨레21' 보도로 알려지기도 했다.

1976년 설립된 삼우는 2013년 기준 직원 1200여명, 연 매출 2776억원 규모의 국내 1위 건축설계회사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분할·합병은 2014년 삼우를 설계 중심의 ‘삼우설계’와 감리 중심의 ‘삼우씨엠’으로 쪼갠 뒤 삼성물산이 그중 ‘알짜’인 삼우설계를 88억원에 사들인 것을 말한다. 당시 업계에선 삼성의 일감을 몰아줘 세계적으로 성장한 삼우를 삼성물산이 헐값에 회수해, 결과적으로 삼성물산을 손에 쥔 총수 일가에 막대한 이익을 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공정위는 현재 기업집단과에서 이 사건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등에선 공정위가 2014년 합병 이전까지 삼성이 삼우를 불법 소유한 경위와 부당이익 규모 등을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병 뒤 남은 삼우씨엠의 위장계열 운영을 지속했는지 여부와 합병한 삼우설계에 계속 일감 몰아주기를 했는지 등의 규명 필요성도 제기된다. 삼우설계는 합병 이듬해에도 매출액 2277억원 중에서 1385억원(61%)을 삼성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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