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럼 치는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
우리는 민주주의를 서구에서 수입했다. 그래서 민주주의 관련 용어도 순 우리 것이 아니라 영어단어를 번역해서 사용하는데 governance를 번역한 게 협치다. 따라서 협치란 영어가 가진 본래의미를 살리는게 민주주의에 부합한다. 그런데 요즘 언론과 정치권은 협치 본래 의미를 완전히 정반대로 사용하고 있다.

협치를 한국정치에 본격적으로 도입한 건 노무현대통령이었다. 당시만 해도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던 협치가 노무현정부에서 주목을 받게 된 건 노대통령의 철학 때문이다.

Governance란 과거에 정부government가 일방적으로 의사결정을 했던 통치(ruling)의 개념과 달리 모든 이해당사자들(국회, 시도지사, 시도의회, 지역주민, 시민단체, 연구단체, 전문가 등)이 정책결정에 포함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governance는 '의사결정의 과정', 혹은 '일이 되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된다. 즉, 협치는 통치에 대응되는 용어이다.

과거 대의민주주의에선 선거에 의해 대통령이나 시장, 구청장이 선출되면 그들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 하지만 민주화로 인해 이해당사자들이 정부정책에 반대해 시위를 벌이고 정책의 수행을 막으면서 많은 비용이 발생하게 되었다. 그래서 의사결정과정부터 이해당사자들을 초청해 의견을 청취하고 조율하면 정책수행이 더 쉽고 효율적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협치는 주로 행정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다.

참여정부의 위원회가 바로 협치의 대표적인 모델인데 각 부처에서 정책을 수행하기에 앞서 노무현대통령은 위원회를 통해 정책을 조율하고 입안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쳤다. 언론은 이를 두고 회의만하고 일은안한다고 NATO(No Action Talk Only공화국이라고 비아냥댔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정책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져 실행될 수 있었던 건 정책수립 단계부터 모든 이해당사자를 포함시켜 다수가 만족스러운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통치는 대통령이 생각할 때 옳은 결정을 내린다면 협치는 다수가 만족하는 결정을 내린다고 할 수 있다.

참여정부 위원회에는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초청되었지만 야당의원들은 참석한 적이 없다. 야당이 불참하면 위원회는 협치가 아닌가? 대의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을 따른다. 다수를 얻은 정부가 집권을 하면 야당은 견제의 역할을 할뿐, 토론 후에는 표결을 하는 게 정상이다. 즉,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국회는 헌법과 법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는게 대의민주주의에 부합한다.

야당은 위원회에 참여하는게 다음 선거에서 권력을 잡는데 도움이 되면 참여하는 거고 불리하면 참여할 필요가 없다. 그게 바로 정당정치의 기본이다. 모든 정당이 참여해서 의사결정을 할거면 정당정치를 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야당은 대화와 협력의 대상이지 협치의 대상이 아니다.

만일 야당이 의사결정과정에 합법적으로 포함되고 싶다면 연정을 해야 한다. 연정을 통해 협의민주주의를 달성할 수는 있지만 그건 진정한 의미의 협치가 아니다. 협치는 연정정부 하에서도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협의민주주의도 원내 과반수 정당에 해당하지 자유한국당은 대상이 아니다.

만일 자유한국당이 협치의 대상이라면 대연정을 하라는 말인데 국민들은 이미 대연정을 거부한 바 있다. 대연정을 주장한 안희정지사가 경선에서 탈락한게 그 증거다. 다수결원리에 기초한 대의민주주의는 야당과 대화와 타협을 권하지만 야당과 협치를 요구하지 않는다. 국회는 청문회를 통해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뿐, 장관 인준 권한이 없다.

언론은 문대통령이 자유한국당에게 끌려가는게 협치라는 언어도단을 중단하기 바란다. 자유한국당은 박근혜.최순실의 공범이고 부역자이며 국정농단세력일 뿐이다. 우리가 정상적인 나라에 살고 있다면 그들은 탄핵당한 대통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총사퇴했을 것이다. 박근혜, 최순실의 과오와 함께 그들의 잘못도 철저히 가리기를 바라는게 국민 다수의 민심이다.

결론적으로 국민, 시민단체, 여성단체, 전문가들이 열렬히 요구한 강경화장관 임명이 올바른 의미의 협치이다.

언론인들 연정, 협치, 협의민주주의, 대화와 협력, 등 비슷한 듯 다른 개념 공부 좀 하세요. 헷갈리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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