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굳은 표정의 정유라
[신소희 기자]정유라씨의 '엄마 탓'이 이번에는 '엄마 탓·아들 탓'으로 바꼈다

20일 오전 9시 57분, 서울중앙지방법원 4번 법정 출구에 정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권순호 영장전담부장판사 심리로 10시 30분 321호 법정에서 열리는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머리를 단정히 묶고, 검정색 바람막이 점퍼를 입은 그의 모습에선 웃음이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긴장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검찰이 범죄수익은닉죄를 '추가 장착'했다면, 정씨는 범죄 혐의와 도주 우려에 대해 어머니 최씨와 24개월 된 아들을 방어논리로 삼는 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첫번째 구속영장에 적시했던 업무방해·공무상 집행방해 외에 범죄수익은닉죄를 추가하며 치열한 법정공방을 준비했다.

이에 정씨는 어머니 최씨와 24개월 된 아들을 주요 방어논리로 활용하며 법리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에 대해서는 '엄마가 알아서 한 일'이라고, 도주의 우려에 대해서는 '아들이 있는데 도주를 하겠느냐'는 주장을 펴는 것이다.

우선 자신에게 제기된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정씨는 그동안 해왔던 대로 "나는 모르는 일"이라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진 특혜와 범죄 혐의들은 모두 어머니 최씨가 저질렀으며, 본인은 아무것도 몰랐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그동안 상당히 잘 통했던 게 사실이다. 첫번째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에도 정씨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와 의혹에 대해 구체적으로 '모른다'고 호소하는 전략을 구사했고, 결국 법원으로부터 영장 기각을 받아들었다. 일각에서는 각종 '특혜 인생'을 살아온 정씨지만 정작 본인이 주도해 저지른 범법행위는 별로 없어 사법처리가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첫번째 영장이 기각된 뒤 검찰은 정씨의 추가혐의를 찾는데 주력해 왔다. 법원이 밝힌 영장 기각사유가 '소명정도가 부족하다'는 게 아니라 '(이대 입시비리 등은) 충분히 조사가 돼있어 구속수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기 때문에 추가혐의 장착이 불가피했다.

검찰은 보강조사를 거쳐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추가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삼성그룹의 말 지원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계약서를 쓰는 등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추가한 것이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최씨 일가에 수십억원에 이르는 고가의 말을 지원해주면서, 이를 정상적인 계약인 것처럼 은폐하기 위해 허위계약서를 작성했으며, 이 과정에 정씨도 관여하거나 개입했다고 판단했다.

새로 장착된 범죄수익은닉 혐의에 대해서도 정씨는 다시 '엄마탓' 전략을 쓸게 유력해 보인다. 삼성이 말을 지원해주고, 허위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과정에 대해 일절 모른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측이 지원한 고가의 말을 사용한 실질적인 수혜자가 본인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이 얼마나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또 검찰은 정씨가 덴마크 구금 당시 제3국인 지중해 국가 몰타의 시민권을 취득하려고 시도한 정황을 설명하며 도주 우려가 높다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몰타의 시민권 취득을 추진하려다가, 강제송환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포기한 만큼 언제든 도주할 의사가 있다는 논리다.  

이 같은 도주 우려에 대해 정씨는 아들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법정에 출석하며 정씨는 "도주할 생각이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는데, 24개월 아들을 주요 방어논리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씨는 "저는 도주우려가 없다"며 "내 아들이 (한국에) 지금 들어와 있고 전혀 도주할 생각도 없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이번에도 '모든 일은 엄마가 했다'는 주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최씨와 공모관계를 바탕으로 그의 주장을 무너뜨리는 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권순호 부장판사의 결론은 이르면 20일 밤늦게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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