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기자]지난 대선 때 막말 논란이 많았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한 달여 만에 막말 정치를 재개했다. 한마디로 ‘트럼프 따라하기’다.

홍 전 지사는 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은 정작 제대로 된 쇄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를 향해 '주사파 패당 정부', '친북 정권'이라고 비난하는 대목에선 전통 보수 혹은 극우 성향을 겨냥한 '집토끼' 전략만 드러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홍 전 지사는 지난 20일 초‧재선의원이 개최한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여러분이 제대로 투쟁만 해주면 국민들이 운동권 정부에 등을 돌릴 것"이라며 강한 이념 색채를 부각시켰다.

홍 전 지사는 지난 20일 한국당 초ㆍ재선 의원들이 마련한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를 “주사파 운동권 정부”로 규정하고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북한 변화에 대한 방법론 차이를 과장해 종북 주사파로 몰아가는 색깔 덧씌우기다.

이러한 막말성 발언은 급기야 다른 야당을 향해서도 거침이 없다.

또 이날 홍 전 지사는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어차피 국민의당은 민주당에 흡수될 것"이라고도 다른 야당을 향해서도 독설을 퍼부었다.

이에 대해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당대표 후보를 향해 "점쟁이냐, 그렇게 점치면 우리 당원들로부터 따귀밖에 안 맞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참 말릴 수 없는 사람이다. 막말도 범위와 한계가 있고 금도가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민주당에 흡수되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바른정당의 하태경 의원은 그런 홍 전 지사를 향해 “매일 주사 발언을 연속하고 있다”며 “아직 술이 덜 깼네요”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대선 TV토론 후 SNS 등에서는 홍 전 지사를 “낮술 덜 깬 시골 노인”에 비유한 촌평이 나돌았다. 하 의원은 여기에 빗대 홍 전 지사가 언급한 주사파(主思派)를 술주정 주사(酒邪)로 비틀었다. “언제까지 빨갱이 장사해서 보수의 수명을 연장할 것이냐”고도 했다. “자유한국당 쇄신만 잘 되면 바른정당 상당수 의원이 복귀할 것”이라고 홍 전 지사의 말에 맞받아 쳤다.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야, 이 양반아!”와 같은 홍 전 지사의 거친 입을 두고는 한국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정치인은 세 치 혀가 모든 문제를 일으킨다, 잘못하면 세 치 혀가 사람의 마음을 벨 수도 있다”며 정제된 언어를 주문했다. 홍 전 지사의 당 대표 경쟁자인 신상진 의원도 “홍 후보는 자신이 앵그리 버드나 트럼프 같은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로 비치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며 “제발 한국정치를 코미디로 만들지 말라”고 충고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작 한국당 당대표 경선판에서는 홍 전 지사의 막말이 먹혀 들고 있다는 것이다. 천박한 말을 일삼은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흐름이 우리 보수층 밑바닥 정서에도 만만치 않게 형성돼 있다는 의미다. 대선 패배에 울분을 갖고 있는 보수층이 홍 전 지사의 사이다성 막말로 대리만족을 삼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이를 ‘대리만족의 포퓰리즘’이라고 진단한다. 건강하지 않은 대리만족의 포퓰리즘이 막말 정치의 자양분이 되는 한 보수의 재정립은 요원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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