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최태원(57) SK그룹 회장이 박근혜(65) 전 대통령을 지난해 2월 독대했을 당시 가정사 문제로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가석방 문제를 조심스럽게 꺼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 2015년 12월말 한 언론에 사생활 문제를 스스로 공개하며 논란이 됐고, 가정사 문제로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했다고 진술했다.

이 과정에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남편인 최 회장의 사면이 결정되기 전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적인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새롭게 드러났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단독 면담을 하면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에 대한 감사인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주도로 두 재단을 설립했다는 박 전 대통령 측의 기존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정황이다.

검찰은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 회장의 단독 면담 자리에서 주고받은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 회장도 이 같은 대화 내용을 인정했다.

다음은 검찰과 최 회장의 진술을 토대로 지난해 2월 16일 서울 삼청동 안가에서 진행된 단독 면담 대화 내용을 노컷뉴스가 재구성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 : "(최 회장이 가벼운 인사를 하자) 요즘 잘 지내시죠?"

최 회장 "예.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 저희 집이 편치 않습니다. 저는 나왔는데 동생이 아직 못 나와서 제가 조카들 볼 면복이 없습니다."

최 회장이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의 가석방을 완곡하게 부탁한 것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의례적인 답변조차 하지 않아 단독 면담에서 더이상 이 문제를 거론하지 못했다는 게 최 회장의 주장이다.

박 전 대통령 : "SK가 투자와 고용을 확대해줬으면 합니다. 규제를 풀어서 투자와 고용을 증신시킬 방법은 무엇인가요?"

최 회장 : "창조경제와 규제프리존과 관련해서 IT테스트베드에 외국기업이 들어와야 합니다."

박 전 대통령 : "전문적인 이야기는 안종범 수석(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함께 들어야 합니다."

박 전 대통령은 안가 작은 방에서 대기하던 안 전 수석을 단독면담을 하던 거실로 직접 데리고 나왔다.

박 전 대통령 : "SK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얼마나 출연했죠?"

안 전 수석 : "111억원입니다."

박 전 대통령 : "SK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출연해 준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미르와 K재단에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그 동안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은 전경련이 주도했다는 주장과 달리 박 전 대통령이 최 회장의 출연결정에 감사인사를 한 것이다. 그러면서 향후 관심을 촉구한 것은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이 두 재단 설립에 관여했다는 정황이라는 게 검찰 측 주장이다.

안 전 수석 : "SK는 워커힐 면세점 사업을 지속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 : "면세점 선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 중입니다."

최 회장 : "면세점 탈락 이후 직원들의 고용이 걱정입니다."

안 전 수석 : "SK의 또다른 현안으로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기업 인수합병)도 있습니다."

최 회장 : "신속하게 결론을 내주는 것이 모두에게 좋을 것 같습니다."

박 전 대통령 : "알겠습니다."

하지만 최 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한 내용은 모두 이뤄지지 않았다. SK 측은 최순실씨 측의 89억원 추가 출연 요구를 신중하게 검토했으나 결국 지원은 성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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